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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신규 실업자 석 달 만에 최저 … ‘경기 바닥’ 신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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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단 먹구름은 걷혔다. 그렇다고 당장 햇빛이 보이는 건 아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공개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결과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19개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한 이번 테스트는 앞으로 경기침체가 더 심각해질 경우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몇몇 대형은행이 “자본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시장에선 퇴출 대상이 한 곳도 없다는 데 안도했다. 여기에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더해지면서 “이제 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가 7일 실업수당 신청자를 기준으로 발표한 지난주(4월 27일~5월 2일) 신규 실업자 수는 60만1000명으로 14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63만5000명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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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확충이 숙제=테스트 결과 BoA는 총 339억 달러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적한 부실자산을 처리하고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 자본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은행은 이미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추가자본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부가 보유한 우선주를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주와 달리 보통주는 그 은행의 자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BoA 역시 씨티그룹과 마찬가지로 국유화가 불가피하다. 이 은행 스틸 알핀 최고행정책임자는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우선주 전환 이외에 다른 옵션이 많다”고 말했다. BoA는 중국 건설은행 등 해외 은행에 대한 지분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른 은행도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신주를 발행하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면 JP 모건 체이스, 메트라이프, 뱅크 오브 뉴욕 멜론 등은 더 이상 자금 수혈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합격 판정’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NYT)는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이 끝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시장은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지표도 긍정적=8일 미 노동부가 발표할 4월 실업률은 전달 8.5%에서 8.9%로 오를 전망이다. 전체 실업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규 실업자가 줄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규 실업자 수는 3월 마지막 주 67만4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계속 줄고 있다.

과거에도 실업자 수의 변화와 경기곡선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시장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실업자 수의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

미국 경제순환연구소가 지난 75년간의 경기곡선을 분석한 결과 고용사정의 악화가 진정됐다는 신호가 나온 4개월 뒤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런 셈법이라면 9월께 경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싱가포르계 유나이티드 오버시 은행(UOB) 의 토머스 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반세기 동안 있던 세 번의 미국 경기침체를 보면 실업자 수 증가세가 꺾인 지 몇 주 뒤에 경기침체가 끝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 신호가 보인다 해서 당장 훈풍을 느끼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NYT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레온하르트는 “실업자가 줄었다는 게 곧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10년까지 경제가 건강해지는 것을 직접 느끼긴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전 세계에서 경기둔화 속도가 느려졌으나 경제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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