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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명품 와플은 단순했다, 비범한 건 ‘재료+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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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벨기에 와플 메이커 밀캄프의 제느비에 로베르티 린데르만 이사가 여러 모양의 와플을 앞에 놓고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필규 기자]

 과자도 아닌 것이, 케이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빵은 더더욱 아닌 것이 요즘 인기 상한가다. 와플 얘기다. 브런치를 파는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이나 시내 곳곳의 커피 전문점은 어디나 와플을 메뉴에 올려놓고 있다. 그중에도 저마다 ‘정통’을 자처하며 내세우는 게 벨기에 와플이다.

벨기에 와플의 역사는 깊다. 16세기부터 지금과 같은 와플을 만들어 먹었다 한다. 1964년 미국 뉴욕 월드페어를 통해 본격적으로 유럽 대륙 밖으로 알려졌다. 이제 벨기에 와플은 굳이 원산지를 따질 필요가 없는 ‘세계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23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77년 전통의 와플 제조업체 밀캄프 본사. 연면적 2000㎡ 규모의 공장은 매년 1억8000만 개의 와플을 만든다. 창업자인 고 조제프 밀캄프가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와플을 브뤼셀 곳곳으로 배달하며 일으킨 사업이 지금은 독일·미국·일본 등으로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벨기에 와플이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 회사 제느비에 로베르티 린데르만 해외담당 이사로부터 들어봤다.

①벨기에적인 게 세계적=벨기에 와플의 경쟁력을 묻자 그가 먼저 보여준 것은 재료 창고였다. 와플에 들어가는 버터·밀가루·설탕 모두 벨기에산이다. 특히 설탕은 벨기에에서만 나는 하겔 주커의 닙스 슈거(우박설탕)를 쓴다. 그는 “와플 제조법은 단순하다. 그러나 벨기에산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재료”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바이어의 요청으로 절반 크기의 제품을 만드는 등 외형적 변화는 있었다. 그러나 제조법은 1932년 설립 이후 그대로다. 중국에서 현지공장 설립 제안도 들어왔지만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②단순한 게 비결=와플(Waffle)은 ‘벌집’이란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벌집 모양의 틀에서 찍어낸 단순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함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던 비결”이란 게 린데르만의 이야기다. 이 회사의 시장조사 결과 영국 소비자는 와플에 벌꿀 시럽을 주로 발라 먹는다. 미국에선 잼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하며 스웨덴 등 북구에선 생크림·아이스크림 등을 잔뜩 얹어 먹는다. 린데르만은 “각국 소비자가 벨기에 와플을 스스로 ‘커스터마이즈(customize·소비자 입맛에 맞게 적용)’한 게 세계화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③스토리를 담은 마케팅=밀캄프는 각 지역의 토산 와플을 상품화했다. 그리고 제품마다 알차게 스토리를 만들어 붙였다. ‘버터 비스킷 와플’의 경우 계란 함유량이 많은 남서부 스타일을 따랐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양계장이 많아 계란을 많이 넣은 부드러운 와플을 즐겨 먹었다는 설명이다.


항구가 있는 해안 지방의 ‘퍼네스 와플’은 바닐라향이 강하다. 과거 식민지였던 콩고에서 물자를 대량으로 들여오면서 이 지역에선 와플에 바닐라를 듬뿍 넣은 것이다. 북동부의 대표 제품은 속에 과일을 넣은 ‘필드 와플’이다. 농장에서 수확한 과일을 무사히 운반하기 위해 부드러운 와플로 겉을 쌌던 데서 유래했다.

수도 브뤼셀에선 벽돌 모양의 네모반듯한 ‘브릭 와플’을 만든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의 침공으로 브뤼셀이 초토화된 뒤 도시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치욕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④와플도 경제학이다=와플은 글로벌 유행의 흐름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벨기에 와플의 가장 큰 수입국은 미국이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일본이 큰손으로 떠올랐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와플 붐이 인 것이다. 이 트렌드는 몇 년 전 한국에 그대로 건너왔다. 지금은 중국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린데르만은 “한국 등 아시아에서 수요가 늘고 있어 대형 마트 등 소매 유통망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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