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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시아 외교 구상과 나의 알타이 연합론 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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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소설가 황석영(66·사진)씨가 10∼14일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2개국 국빈방문에 동행한다.

“5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어요. ‘내가 경제 대통령으로만 알려졌는데 앞으론 문화적으로도 일을 풀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전한 그는 함께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펜대회에 참가하고 3일 귀국한 그는 전화통화에서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그런 제안을 받으니 멍했다”고 했다.

‘깜짝 방북’과 수감생활, 3년 여에 걸친 영국·프랑스 체류 등 거침 없는 행보를 보여온 황씨가 어떤 주판알을 퉁기고 있는지 궁금했다.

7일 오후 홍대 앞 노천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방송 출연 등으로 얼굴이 알려진 그는 이제 ‘연예인급’이다. 한 여성팬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알타이 연합’론을 펼쳐 보였다. 다름아닌 ‘21세기 북방담론’이었다.

“이 대통령의 이른바 ‘신아시아 외교 구상’은 표면적으로는 몽골·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지향하지만 실은 해당 국가들의 협력 틀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까지 도모하는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내가 가다듬어 온 알타이 연합 구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황씨는 이런 점을 현 정권 핵심인사들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했다. 알타이 연합 개념은 자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교분이 깊은 몽골의 문화계 인사들이 몇 해 전부터 황씨에게 제안한 게 단초가 됐다. 황씨에 따르면 한 유력 학자가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수입하자고 주장할 정도로 몽골은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친(親)한국적이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400만ha 농지 임대 제안으로 나타났다. 황씨는 “북한 노동력을 활용해 그 광활한 토지에 옥수수·밀·콩 등을 심으면 북한은 단숨에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남한은 이들 작물로부터 무공해 연료인 에탄올을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이번에 방문하는 두 나라 등 중앙아시아 6개국은 물론 중국·일본까지 포함하는 ‘정치적 콘소시움’인 알타이 연합을 만들어야합니다. 유럽연합이나 동아시아국가연합 같은 형태의 공동체를 설립하자는 거지요. 이 연합 틀 속에서 하나의 패키지로 남·북한간 느슨한 국가연합체제도 자연스럽게 도모할 수 있겠지요.”

황씨는 패권을 잡으려는 중국과 일본이 걸림돌인데, 중국의 경우 연합 안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몽골 농장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북한은 국제 관계가 경색될대로 경색된 현재로서는 지뢰밭인데, 황씨는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황씨는 그런 국제정치적 기획의 사전 정지 단계로 ‘알타이 문화 연합’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문화예술인과 학자가 앞장서 알타이 문화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서구식 근대 문명의 대안도 찾아보는 국제 학술·문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자는 것이다. 황씨는 이번 출장에서 ‘알타이 문화 연합’을 추진해 올 가을 제주도에서 첫 행사를 성사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

황씨는 “정부로부터 이런 역할을 부여받기는 처음”이라며 “지금까지 내 안테나는 시대 변화, 대중의 흐름을 놓친 적이 없어요. 현실 정치와는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내 경험에 비추어 정부를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은 돕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황씨는 신바람이 나는 듯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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