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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능최고점 놓칠 뻔 했다…교직원 난 보내며 설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98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등록이 시작된 5일 오전10시30분 서울대 공대 학장실. 올해 수능시험에서 4백점 만점에 3백98.5점을 받은 서울과학고 3년 한상형 (韓尙亨.19) 군이 이장무 (李長茂) 학장에게 인사를 드렸다.

李학장은 "공대 출신으로 사회 각분야에서 큰 공헌을 하고 있는 훌륭한 선배들을 본받아 열심히 공부하라" 고 당부했다.

신입생이 입학전부터 학장의 축하인사까지 받는 유례없는 대우를 받은 韓군은 이 대학 산업공학과와 경희대 한의예과에 동시 합격했다.

그러나 예년의 합격자들과는 달리 韓군은 부모 등의 권유로 한때 서울대를 '버리고' 경희대 진학을 고려해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서울대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韓군의 방황을 전해들은 공대 관계자는 지난 1일 韓군에게 난 화분을 보낸 것은 물론 '탁월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는 축하전화까지 했다.

수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고점 합격자라는 뜻이다.

반면 경희대측에서는 韓군이 예년의 합격자들처럼 으레 서울대를 택하리라 판단, 의사를 묻는 수준인 '어디 갈거냐' 는 정도의 전화만 해 '대어 (大魚)' 를 낚는데 실패하고 안타까워했다.

애를 태우다 韓군의 진로선택 결심을 확인한 서울대측은 "규정상 신입생에게 4년간 장학금을 주기는 어렵지만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자" 며 희색이 만면. 韓군은 "어릴적 미국의 유명한 경영자인 아이아코카의 글을 읽고 산업공학과 진학을 결심했으나 이번엔 '실리' 란 이름으로 학과선택을 권하는 주위의 충고에 한때 고민했다" 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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