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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용 '눈높이 책'이 없다…중·고교 독서교사 둔 곳 27% 불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삼국지' '토지' '람세스' '태백산맥' '역사신문' '연어' '아리랑' '아버지' …. 지난해 베스트셀러 목록인가.

아니다.

중고등학교의 독서지도교사들이 최근 학생들에게 추천한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책들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성인용 도서와 다른 점은 뭔가.

별로 없다.

그만큼 청소년의 눈높이에 적합한 책이 없다는 말이다.

교사들도 별다른 수고 없이 주로 인기도서를 학생들에게 권장한다는 뜻도 된다.

이같은 사실은 교보문고 주최, 중앙일보 후원으로 지난해 말 전국 중.고교 2백70곳의 독서지도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독서지도교사를 통해 청소년 독서교육 실태를 폭넓게 분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추천서들이 문학류에 편중됐다는 점이 문제로 상위 10위권에서 2권외에는 모두가 문학서였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딱히 청소년에게 맞는 책이 없다는 점. 실제로 교사들 74%가 현재 나온 청소년용 책의 질과 양에 불만을 표시했다.

교보문고 조사과 이관종과장은 "이번 설문을 바탕으로 청소년 코너를 신설할 것을 고려했으나 마땅한 책이 적어 포기했다" 고 말했다.

독서지도교사의 전문화도 보완할 과제. 전담교사를 둔 곳은 27%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것도 대부분이 한 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국어교사 (44%) 나 담임교사 (17%)가 비정규 시간을 통해 형식적으로 독서지도를 꾸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지도의 내용도 체계적.종합적 교육과 거리가 멀었다.

독후감 쓰기, 권장도서 목록 배포, 독서토론회 등이 단골메뉴. 교과학습과 연계된 글읽기, 도서관을 이용한 학습자료 검색.활용법, 독서력 향상 프로그램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독서교육이 대부분 논술지도 형식으로 진행돼 사고력 개발보다 점수따기에 급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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