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서머스쿨’ 학생 유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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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캐나다 토론토대 2학년 이석준(24·경영학 전공)씨는 다음 달 29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서머스쿨(국제 여름학교)에 참가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그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 사춘기 시절을 외지에서 보내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도 많았다. 이씨는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한국 문화도 체험하고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 중 고려대엔 이씨와 같은 유학생은 물론이고 해외 동포, 외국인 학생 등 1000여 명이 몰려왔다. 연세대도 서머스쿨 모집 규모를 지난해 8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렸다. 이처럼 대학들이 이번 여름방학 중 외국 동포나 유학생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서머스쿨을 열 계획이다. 미국 등 해외 대학은 이미 여름방학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여름방학 대학 캠퍼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외국 학생, 유학생 등이 북적대는 글로벌 캠퍼스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머스쿨은 글로벌 스쿨=서울시내 11개 대학이 개최하는 서머스쿨 모집인원은 5000명이 넘는다. 지난해보다 1000명가량 많아졌다. 서머스쿨은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국내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글로벌한 교육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대 9학점까지 학점 이수도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국내 학생들에게도 서머스쿨은 인기다. 지난해 고려대 서머스쿨에선 전체 1400명 가운데 300여 명이 국내 대학 학생이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유주연(20)씨는 “해외 유명한 교수들의 수업을 우리 학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고환율로 어학연수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이런 프로그램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서머스쿨=서울대 서머스쿨은 존스홉킨스·스탠퍼드·도쿄대 등 최고의 교수진을 자랑한다. 수업당 20~30명의 소수 정예 인원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커리큘럼 주제는 주로 동아시아 역사·정치·문화·경제다. 대외협력본부 성정현씨는 “최고 수준의 강의를 제공한다는 게 목표”라며 “학습량이 굉장히 많아 따로 스터디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연세대 서머스쿨은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영이나 경제 분야 위주로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동시에 MBC·SBS·리츠칼튼호텔·시민단체 등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화여대는 서머스쿨을 두 차례로 나눠 운영한다. 국제교류처 측은 “주로 미국·유럽권 학생들의 학사 일정에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아시아권 학생들이 참여하는 데 부담을 많이 느꼈다”며 “6월 22일 시작되는 ‘세션 1’과 8월 3일 시작되는 ‘세션 2’로 나눠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양대는 해외 학생과 국내 학생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해 끈끈한 유대감을 심어 주는 게 특징이다. 각 학교들은 성적 우수 장학금과 자매 대학 장학금, 해외입양인재단 장학금 등 다양한 종류의 장학금도 제공할 예정이다.

임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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