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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율에 맡긴 '빅 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업의 구조조정은 급선무다.

그러나 업종 전문화를 위한 대기업간 사업교환과 대주주의 사재 (私財) 투입이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것처럼 정계와 일부 언론이 한동안 법석을 떤 건 큰 낭비였다.

마침내 정부와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확정한 기업구조조정안 가운데서 이런 말 (末) 은 걷어내고 본 (本) 을 추려 담게 된 것은 여간 다행이 아니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드는 데 주안점이 있다.

경쟁력은 반드시 업종 전문화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경우 설령 업종 전문화가 경쟁력을 분명하게 증진시킨다고 하더라도 사업교환 과정은 법적 제도와 시장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통화기금 (IMF) 프로그램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 과제로서 유일하게 부각된 것은 재무정보의 투명화다.

이는 금융.자본시장을 활발하고 경쟁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기업의 책임 가운데 첫째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이번 확정안에서 기업의 결합재무제표 작성의무를 본래의 2000년에서 한 해 앞당긴 데 대해 기업은 적극 부응해야 한다.

결합재무제표 작성만이 아니라 개별재무제표의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부터 재무제표의 분식 (粉飾)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왔다.

특히 금융기관의 신용력을 대내외에 과장하기 위해 이런 기본적 실수를 범했다.

지금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에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억제하는 통에 우리 경제가 겪는 막심한 곤란도 근원을 따지면 투명성 의무를 경시한 데서 온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빅딜' 을 포함해 합병.분할 등 구조조정에 관련된 거래를 자유화하고 조세 등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후까지 보류됐던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기업 매수.합병 (M&A) 을 허용키로 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사외이사제도는 주주총회가 정관 (定款) 등에 의해 결정할 일이지 법이 일률적으로 강제할 일은 아니다.

사외감사제도도 주주총회와 채권금융기관들이 요구하고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대기업 그룹을 경제 주체로서 존재의 정당성을 정식으로 부여해주고 시장 참여자로서의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도록 지주회사 설립을 법제화하는 것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필요조건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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