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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정년퇴직 신화'…공무원 10%감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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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무원 사회에도 '정리해고' 바람이 불어닥친다.

정부는 그간 국민 1천명당 공무원 수가 미국 68.9명, 영국 70.4명, 일본 33.2명, 뉴질랜드 19.6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5명에 불과하다며 감축에 난색을 표해 왔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는 우리의 정부 산하단체.투자기관 종사자 등을 공무원에 산입한 것이어서 비교치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고,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수위의 호통에 따라 감축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공무원 숫자는 그간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 줄 몰랐다.

업무의 양에 관계없이 숫자가 늘어나기만 하는 '파킨슨 법칙' 이 가장 철저하게 적용된 부문이 공무원 사회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취임 때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문민정부' 5년동안 중앙.지방공무원 수는 4만8천여명 (5.4%) 이나 늘어났다.

인수위는 일단 내년 말까지 이 만큼의 숫자를 줄일 계획이다.

그 방법은 다양하다.

약 2만명에 달하는 연간 퇴직인원을 보충하기 위한 신규채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년연장 억제와 명예퇴직 확대 등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감축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작정이다.

당장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취임 전까지 이같은 방법에 의해 1만7천7백여명이 줄어든다.

이 뿐 아니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5만여명을 줄이기가 어려운 만큼 국가.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필요할 경우 특별법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법규를 손질해 현재 20년이상 근속자에게만 적용되는 명예퇴직제의 근속요건을 완화, 근속기간에 관계없이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준명예퇴직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또 정년을 단축하며, 계급정년제를 도입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민간기업의 정리해고와 같은 성격의 직권면직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구상중이다.

직권면직제가 도입될 경우 공무원 사회에 미칠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헌법과 공무원법에 명기된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사뭇 상충되는 게 직권면직제다.

직권면직제가 도입될 경우 위헌시비가 생길 여지가 있으나 인수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새 정부에선 공무원 총정원제도 도입될 것 같다.

꼭 필요한 부서가 생기면 다른 부문을 줄여 보충하라는 것이다.

증원을 원천차단하려는 복안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직위분류제도 본격 시행될 듯 하다.

공무원 채용 때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자리를 계약하고, 그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는 갈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직위분류제로 공무원 사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이점이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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