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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 막판진통…파국이냐 극적 타협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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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사면초가 (四面楚歌)에 처했다.

지난달 20일 노사정 선언문까지 발표했던 노사정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안팎의 비난여론에 휩싸이며 표류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회의내에서조차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민주노총은 그들대로 “미합의 상태에서 정리해고 법제화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 (10일) 도 불사하겠다” 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불참 등 중대결단의 으름장을 던져둔 상태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10개 의제에 대한 잠정적 일괄타결 1차 합의시한인 31일에도 고용조정 (정리해고) 법제화 등 핵심쟁점 사안에 대해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다.

가장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쪽은 국민회의측 인사들이다. 조성준 (趙誠俊).조한천 (趙漢天) 의원 등 노동계 출신들로 구성된 노사정대책위 인사들은 연일 노동계와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별반 소득이 없다.

그런 가운데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해고 우선도입을 위한 1월 임시국회가 노사정위 때문에 공전됐는데 마냥 이렇게 끌려만 다니느냐는 당내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2월국회 개원전까지 노사정위가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정리해고제 도입 강행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중이다.

국회에는 근로자파견제법.임금채권보장법 등 신설될 법안과 근로기준법 등 개정이 필요한 법안이 8개나 기다리고 있다.

합의냐 강행처리냐를 가리는 시점에 다가섰다는 점도 이들을 다급하게 만드는 이유다.

정부와의 의견조율도 쉽지 않다.

27일 기초위에 제출된 정부안에는 실직근로자에 대해 종전의 직장에서 1년간 의료보험료를 50%를 대납해주고 의료보험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보건복지부에서 난색을 표명, 원점으로 회귀했다.

노동계측도 입장은 비슷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대표단은 노동현장으로부터 “계속 들러리나 서려면 뛰쳐나오라” 는 압력을 받고 있다.

때문에 정리해고 요건 강화, 고용안정기금 10조원 확충, 교원노조.공무원노조에 대한 교섭권 인정 등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회의측은 “노동계가 대안 제시없이 고용조정 (정리해고) 등 핵심쟁점에 대한 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협상을 교착상태로 빠뜨리고 있다” 고 반박한다.

이처럼 노 (勞) 와 사정 (使政) 이 가파른 대결을 벌이는데 대해 일각에선 파국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다른 한쪽에선 이런 시점이야말로 합의가 나올 수 있는 벼랑끝 적기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어차피 노사정이 2월초가 데드라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내놓고 극적인 타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훈범·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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