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클리닉] 지식은 왕인데 시험은 꽝? 우뇌 개발 훈련하면 큰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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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면 영어, 수학이면 수학, 교과목은 물론이고 역사·상식까지 모르는 게 없다. 그래서 반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민서에게 쪼르르 쫓아와서 물어본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민서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포털 사이트’다.

“그러면 뭘 해요. 성적은 반에서 중간인데.” 민서 엄마의 말씀이다.

“설마요?”

“진짜예요. 뭘 물어보면 다 아는데 시험만 보면 죽을 쒀요. 담임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이 있어요. 민서 실력은 분명히 100점 만점에 아무리 짜게 줘도 98점인데, 실제 나오는 점수는 80점 밑이니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민서 엄마는 답답해했다. 그는 “요번 중간고사에서도 민서에게 매일 수학을 물어보는 지호는 95점 받았는데, 민서는 82점이에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필자도 궁금해졌다. 민서에게 고1 수준의 수학문제와 영어 단어를 물어 봤는데, 거침없이 답을 했다.

민서도 갑갑했는지 한마디 거들었다. “시험 끝나고 다시 보면 다 아는 문제인데….”

“그럼 뭐하냐?” 엄마는 민서를 째려보며 가슴을 쳤다.

민서는 지능의 불균형이 문제였다. 지능은 언어성과 동작성 지능으로 나뉘고, 언어성(소위 ‘좌뇌’)은 상식, 언어·수리능력, 추상능력, 이해력 등을 반영한다. 반면 동작성 지능(소위 ‘우뇌’)은 정신운동 속도,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간파하는 능력, 시·공간 능력, 센스 등을 반영하는데 이때엔 시간 제한이 있다.

민서의 지능은 118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언어성 지능이 127로 상위 3%인 반면 동작성 지능이 100으로 50%였다. 즉 좌뇌는 영재인데 우뇌는 그저 그런 수준으로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

필자는 언어성 지능(좌뇌)을 ‘총알’, 동작성 지능(우뇌)을 ‘총’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민서가 ‘포털 사이트’, 척척박사인 이유는 공부를 통해 습득한 지식 즉 총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간만 주면 얼마든지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그러나 총이 허술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과녁을 잘 맞히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식은 왕이지만 시험에선 무수리”가 되어 버린다.

최근에 민서 같은 학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 이유는 우격다짐식 지식 전달 교육만 받고 자라기 때문이다. 즉 총알은 잔뜩 주고 알아서 쏘라는 식이다.

우뇌 개발을 위해서는 평상시 배운 것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심상법 사용 습관을 키워야 한다. 또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큐브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민서는 동작성 지능을 올리기 위한 우뇌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6개월이 지나서야 쓸 만한 총 한 자루를 얻었다.

그 후 민서는 공부도 왕, 시험도 왕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지능이 90이네, 150이네 하는 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좌우 뇌의 균형이다.

정찬호(43) 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마음누리/정찬호 학습클리닉 원장 ▶중앙대 의대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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