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작년 한국 기업에 추가 투자 … 몇몇 업체를 주시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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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右)이 3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인 빌 게이츠左 등과 카드 놀이인 브리지를 하고 있다. [오마하 AP=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한국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며 한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연례 주총 다음 날인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경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한국에는 포스코와 같은 좋은 기업이 많아 향후에도 잘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개인적으로 1개 한국 기업에 추가로 투자했고, 몇몇 업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기업에 투자했느냐는 질문에는 “회사 이름은 물론 해당 분야 업체 수가 적어 어떤 산업인지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 기업들의 자세한 정보를 담은 2000여 쪽짜리 안내서가 있어 이를 참고하고 있으며, 한국의 증권 관련 기관들로부터도 정보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현재 20여 개 한국 업체에 투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2~3개월 전 포스코 채권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해 “한국이 경제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으며, 지금은 어렵지만 곧 극복할 걸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는 힘들지만 한국은 이제 그런 나라가 아니다”며 낙관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한국의 주식들을 적절한 가격에 사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의 절친한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스 멍거도 “포스코는 기술력·품질·효율·경영 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칭찬했다. 또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포스코 외에도 여러 기업이 이런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멍거는 “가족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3개국에만 투자했는데 한국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버핏은 미국 연방정부가 시행 중인 19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각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데도 이를 무시하고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기업들이 너무 많은 돈을 빌렸고, 경영 성과에 대해 지나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이 생기면 즉각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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