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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홍콩 호텔 투숙객 일부 정신과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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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를 놓고 진원지인 멕시코가 중국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면서 양국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멕시코에 마스크와 장갑 등 500만 달러어치의 인도적 지원을 발표할 때만 해도 양국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상하이(上海)를 경유해 홍콩에 도착한 멕시코 남성(25)이 신종 플루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중국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이 남자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중국인들이 상하이뿐 아니라 베이징(北京)·광저우(廣州)와 저장(浙江)·장쑤(江蘇)성 등으로 이동하면서 삽시간에 중국 대륙이 신종 플루 확산 위험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중국 위생당국이 중국에 입국한 멕시코인들을 강제 억류하는 조치를 취했고, 멕시코 정부가 반발하고 있다.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무장관은 2일 “멕시코인들이 차별적인 격리 조치를 당하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실제로 멕시코 남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에 돌아온 멕시코인 15명 중 5명이 베이징의 디탄(地壇)병원에 수용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르헤 구하르도 주중 멕시코 대사는 3일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은 70여 명의 멕시코인 관광객을 호텔과 병원에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신종 플루 감염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격리하는 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의학적인 적절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한편 신종 플루 사태 이후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해 도매시장 가격이 배추 값과 비슷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돼지고기 일반 부위 도매가격이 ㎏당 9.4위안으로 배추 한 포기 가격(8위안)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중국에선 2년 전만 해도 돼지고기 가격이 ㎏당 22위안까지 치솟으며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홍콩 메트로파크 호텔 상황=이 호텔에 격리된 300여 명의 투숙객 중 한국인 3명은 운동 부족으로 기력이 떨어졌지만, 현재까지는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은 신종 플루에 감염된 멕시코인 한 명이 투숙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1일 출입이 봉쇄됐다. 4일로 나흘째 격리된 한국인들은 빵과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격리된 투숙객 중 일부는 정신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는 정신과 의사를 호텔에 파견해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의료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신과 의사 캐스린 콱 픽은 “일부 투숙객이 신종 플루 감염을 크게 걱정하고 있어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사업차 홍콩을 찾았던 영국인 마크 무어는 “투숙객들을 식당에 모아 놓고 신체검사를 실시해 정상인들도 신종 플루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전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투숙객들에게 병을 옮기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홍콩 정부가 신종 플루에 철저히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려는 홍보용 조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파멜라 탄 캄 홍콩 민정사무국장은 “투숙객들과 시민들이 비상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당초 8일 호텔 봉쇄를 풀 예정이었으나 일부 투숙객에 대한 건강검사 결과가 늦게 나와 9~10일 출입 통제를 해제할 계획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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