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업협정 파기에 정부대응 단호…위안부 배상등 외교전 펴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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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의 한.일어업협정 일방 파기에 대한 정부대응이 강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외무부는 23일까지만 해도 "일본의 파기는 예상된 수순" 이라며 "어업분야에 국한해 대응하겠다" 고 밝혔다.

경제위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확전 (擴戰) 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치권과 국민의 반일 (反日) 여론이 비등하자 대일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강한 불쾌감을 보인 것도 정부의 강경 분위기를 높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이번 조치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나온 만큼 새 정부에선 선린우호 관계에 초점을 맞춘 문민정부의 대일정책 기조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정부는 1차적으로 군대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직접 거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군대위안부 보상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사항" 이라고 말해 왔다.

국제무대에서의 문제제기는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공법적 대처를 한다는 전제 아래 오는 3월 제네바의 유엔인권위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법적 책임과 정부 차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문제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유보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인 반대' 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 경우 일본은 절대로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외무부 당국자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강경책이 한.일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느끼는 모욕감을 감안하면 강경대응은 당연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국민 대다수가 '대일관계에선 조그만 이익보다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라' 고 요구한다" 며 일각의 '감정적인 대응 자제' 지적을 수용할 형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치권과 국민감정이 계속 격앙되고, 일본이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가시적 조치 대신 맞대응을 하는 한 한.일관계 전반은 걷잡을 수 없는 냉각국면에 빠져들 전망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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