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합법화'의 바른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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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와 교원단체에서 전교조 합법화 논의가 일고 있다.

전교조 문제는 한 시대의 아픔이었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우리 교육계의 오랜 숙제이기도 하다.

논의의 초점을 좁힌다면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교원단체로 합법화할 것이냐에 있다.

먼저 노동조합으로서의 전교조를 인정하는 데는 법률적 문제와 국민정서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교사는 교육공무원 내지 이에 준하는 공적 직책이다.

공무원의 단결권.교섭권.행동권이 인정되지 않는 현행 법체계에서 공무원 내지 이에 준하는 신분인 교사의 노조활동은 금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일관된 법해석이었다.

대법원 판례가 그렇고 교육공무원을 포함한 국가공무원의 노조 금지가 합헌이라는 9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같은 흐름이다.

지난번 노동법을 개정하면서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교조를 제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87년 전교협이 발족했고 89년 전교조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교조문제는 국민적 관심을 끈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당시 상황으로는 참교육을 외치는 교사들의 교육개혁 주장은 수긍하면서도 교사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것에 대한 반대정서가 주류를 이뤘다.

아직도 노동자로서의 거리투쟁보다 학교안의 개혁세력으로서 전교조 활동을 바라는 게 국민적 정서라고 본다.

그렇다면 전교조 합법화의 바람직한 논의 방향은 이렇게 가닥이 잡힌다.

교원단체중 하나로 전교조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공무원의 경우도 노동3권중 단결권을 인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공무원의 노조결성권이 인정된다면 전교조도 합법화될 수 있다.

또 공무원에 노조단결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해도 3월부터 발효되는 교육기본법에 따라 교원단체의 복수화는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지금까진 한국교총이 유일한 교원단체로 정부와 교섭을 벌여 왔다.

복수화가 되면 전교조도 교원단체의 하나로 참여해 교사의 권익과 교육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계 내부의 논의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한 시대의 아픔을 정리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교원단체로서의 개혁 역할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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