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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가계부' 생활비 15가지 두달새 27% 늘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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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계부를 정리하던 주부 李모 (42.서울천호동 28평형 아파트 거주) 씨는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치솟는 물가로 생활비 늘어나는 것을 감당할 방도가 막막해서다.

초등.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등 네식구 생활비중에 가장 기본적인 15가지만 따져봐도, IMF 한파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11월 50만원 정도면 됐던 지출이 이달에는 64만원을 쥐어도 모자랄 지경이 아닌가.

두달새 자그마치 27%나 늘어난 셈이다.

李씨는 "그동안도 한달 생활비 1백20만원으로 남편용돈.학원비.수업료.옷값에다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정말 빠듯했다" 면서 "남편 수입이 이달부터 15% 정도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물가는 50% 이상 오른 것 같다" 고 울상을 지었다.

남편의 월수입은 2백만원. 알뜰살림으로 80만원씩 저축을 해왔지만 할 수 없이 최근 월 13만원씩 붓던 적금 하나를 해약했다.

가장 부담이 늘어난 것은 차량유지비. 남편이 경기도구리시에 있는 조그마한 학원 강사로 일하기 때문에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이젠 차를 팔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한번에 60ℓ씩 한달에 네번 기름을 넣는데 지난해 11월에는 20만원 정도면 되던 기름값 부담이 이달에는 28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1월 들어서만 두차례나 기름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14만원이던 아파트 관리비가 12월 15만4천원으로 올랐고, 전기요금.난방비 인상분을 감안할 때 이달엔 17만원은 내야 할 판이다.

관리비와 별도인 취사용 가스요금도 20.7% 인상된데 이어 24일 또다시 7~13.6% 올랐다.

아이들과 자신이 가끔 이용하는 버스요금은 물론 생활필수품 역시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다.

가족들이 즐겨 먹는 고등어는 11월에 중품 한마리가 2천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3천원은 줘야 하고,가끔 보신용으로 애용하던 닭도 중닭 한마리 2천2백원에서 3천2백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쇠고기.돼지고기 값도 최근 설을 앞두고 다시 들먹거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라면은 한개 60원, 설탕은 1㎏짜리 한 부대에 3백90원, 식용유는 0.9ℓ 한병에 6백70원이나 올랐지만 인기있는 것은 물건구경조차 힘들다.

그나마 위안은 쌀값이 별로 안 올랐고 옷값이 안정됐다는 점이다.

李씨는 "외식은 아예 포기했고 시장가는 것도 줄이고 있지만 정말 힘들다" 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IMF 시대에 어떻게 생활비를 줄여나갈지 모르겠다" 고 하소연했다.

김남중.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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