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열차는 달린다 ‘향수’의 고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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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정지용(1902~50)의 고향 마을로 가볼까. 초가삼간 집 짓고 살뜰히 살던 옛 시절의 풍경이 충북 옥천군 지용생가에는 남아 있다. 쌀독이 비어도 손님 대접은 소홀히 하지 않던 옛 인심도 그곳에 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문학축제 ‘제 22회 지용제’가 15~17일 충북 옥천군 일대에서 열린다. 옥천군·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중앙일보·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지용문학상 시비 공원

지용제는 전국 문학제 중에서도 내실 있기로 유명하다. 초가 지붕을 얹은 시인의 생가는 뒤꼍 닭장까지 복원돼 있다. 시 때문이 아니라도 나지막한 흙벽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올 지용제에서 선보이는 것은 16일 문을 여는 ‘시비 공원’이다. 역대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을 시비에 새겨 조성한다. 정지용문학상은 정지용 시세계의 특성을 반영해 ‘작품성이 뛰어나고 낭송하기 좋은’ 시를 뽑는다. 제 1회 수상자 박두진(1916~98) 시인부터 지난해(20회) 수상자 김초혜(66) 시인까지, 대중과 소통이 되고 그 자체로 노래가 되는 시들이다. “고여 있고/흐르지 않는/절대 고독의 시간/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17회, 유자효 ‘세한도’). 내용면에서도 정지용의 시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많다. 가령 “내 마음의 마음의 고향은/싸락눈 홀로 이마에 받으며/내가 그 어둑한 신작로 길로 나섰을 때 끝났다”고 노래한 이시영(60) 시인의 ‘마음의 고향-초운’은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라던 ‘고향’에 가닿는다. 생존 시인의 수상작은 육필로 쓴 것을 그대로 돌에 옮긴 점도 독특하다.

#문학테마열차

지난해 처음 운행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학테마열차’가 이번에도 뜬다. 9량짜리 기차 하나가 오로지 지용제를 향해 달린다. 올해 제 21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인 도종환(55) 시인, 지용회 회장인 이근배(69) 시인을 비롯해 이수익(67)·오탁번(66)·유자효(62)·이가림(64) 시인 등이 열차에 오른다. 옥천에 이르는 두 시간 동안 ‘향수’ ‘고향’ ‘유리창’ ‘산너머 저쪽’ ‘발열’ 등 정지용 시낭송,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 시노래 공연 등이 마련된다.

지용제를 즐기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는 정지용 동영상과 시노래 감상으로 여운을 남긴다. 16일 오전 8시 서울역에서 출발. 왕복 교통편, 생가 마을 주민들이 제공하는 점심 식사, 기념품과 농산물 교환권, 저녁식사를 포함해 참가비는 5만 원이다. 신청은 12일까지 문학사랑(02-2266-2132) 또는 www.paradisetnl.co.kr으로 하면 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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