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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체육행정 소홀해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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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체육과 국력이 불가분의 관계임은 역사가 증명한다.

찬란했던 고대 그리스의 문명과 거대했던 로마제국의 위업 달성은 체육을 통해 이뤄졌다.

또 지난 60~70년대 우리나라의 보릿고개 극복운동이 체육운동과 무관하지 않았고, 특히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 스포츠행사가 국력 신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도 자타가 인정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영국.프랑스.호주 등 선진 제국이 체육부를 주요 행정부서로 간주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청소년문제와 노인문제, 그리고 현대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을 예방적 차원에서 담당하는 체육의 교육적.사회적 기능을 높이 평가하는 데서 나온 결과다.

우리나라도 서울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독립부서로서의 체육부를 탄생시켜 적극적인 체육사업을 펼쳐 왔다.

체육부는 역사적인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수많은 국제 스포츠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국익에 크게 기여해 왔다.

뿐만 아니라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통일축구와 단일팀 구성을 성사시킴으로써 조국통일의 기운을 훨씬 앞당겨 놓기도 했다.

그러나 문민정부의 기구축소 방침에 따라 체육.청소년부는 문화부에 흡수.통합돼 하루아침에 그 열기가 위축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엔 또 문화부에 얹혀 있는 것마저 편치 않은 운명에 놓인 것 같아 체육인들이 분개하고 있다.

우리는 곧 21세기를 맞이하게 된다.

모든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화가 요구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체육도 이제는 다른 부서의 꼬리에 붙어 있을 때가 아니다.

체육도 독립부서로서 전문체육.생활체육, 그리고 학교체육과 청소년문제까지를 종합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운영해 명실상부한 복지사회 구현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가 됐다.

체육은 '온 국민을 뜨겁게 달구는' 사회적 기능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IMF 체제에 놓여 있다.

경제회생과 국력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축소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국익을 위해 정부조직을 축소조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행정편의적이거나 편견이 개입돼서는 절대로 안될 일이다.

성격이나 기능으로 보아 체육이 교육부의 외청 (체육.청소년청) 정도로 독립해 나가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것도 정부조직 축소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면 체육은 당분간 문화부와 동반하되 그 위상을 현재보다 좀더 강화해 학교체육까지 교육부와 연계체제를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방법만이 학교체육.생활체육.전문체육을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체력은 국력' 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저버리지 않는 정부조직개편위의 혜안을 기대한다.

이학래 〈한양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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