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에 지분 일부 넘길 수도” … GM대우, 장기 생존 해법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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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GM은 현재로서는 GM대우의 지분 구조를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GM대우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면 산업은행에 지분을 일부 넘기는 것도 논의할 수 있다.”

미국 GM의 닉 라일리(60)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전날 밤 미국 본사를 출발해 이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오전에 GM대우 특별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러곤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지분 문제를 언급했다. 이를 놓고 GM의 속내가 뭔지 해석이 분분하다.

이날 라일리 사장의 발언은 ‘GM대우의 지분을 넘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자기 코가 석 자인 GM 본사는 GM대우에 자금 지원을 할 여력이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산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밖에는 없다. 이를 위해선 지분 매각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제껏 GM과 산은은 서로 상대가 먼저 GM대우를 지원하라고 샅바 싸움을 해왔다. 산은 측은 “대주주인 GM이 먼저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함께 지원을 하더라도 GM이 51%, 산은이 28%를 가진 지분 비율에 맞춰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은으로서는 GM대우만 한 규모의 회사를 쓰러뜨린 뒤 닥칠 후폭풍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원을 위해서는 명분과 담보가 필요하다. 산은 측은 비공식적으로 “우리가 GM대우를 지원하기를 바란다면 GM 측이 지분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라일리 사장이 본사에서 한국으로 부랴부랴 날아와 매각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음을 내비친 것은 이런 산은의 입장에 대한 응답 성격이 짙다. 샅바 싸움에서 한발 물러서 “지분을 일부 내어 줄 수도 있으니 지원 논의를 해보자”는 의사 표시인 셈이다. 라일리 사장의 숨가쁜 일정을 볼 때, 본사 지시로 특명을 띠고 지분 일부 매각 계획을 GM대우 이사회에 통보한 뒤 언론에 이런 의도를 알렸다고 볼 수 있다.

GM이 GM대우 지분을 산은에 넘기더라도 전부를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GM대우가 알짜배기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GM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자동차 835만 대 중 23%인 190만 대를 GM대우가 만들었다. 게다가 GM이 앞으로 주력 상품으로 삼아야 하는 중·소형차는 GM대우가 생산을 거의 도맡고 있다. GM이 GM대우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없는 이유다.

GM이 지분 일부 매각 제안을 하면, 산은이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산은으로서도 GM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GM대우엔 GM의 글로벌 판매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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