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경영인]경기화학 권회섭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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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근로자들은 임금을 3개월씩 늦춰 받읍시다." "경영자들은 협력업체에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주도록 합시다.

여의치않다면 자사발행 어음이라도 자사가 할인해줍시다." 경기화학 권회섭 (權會燮.49) 사장은 이런 방법만이 위기에 처한 기업과 국가경제를 살릴수 있다며 이를 전파하는라 요즘 무척 바쁘다.

權사장은 이를 국민운동화하기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머리를 맞대고 또 지난주에는 방송토론에 참석해 격론도 불사했다.

權사장이 경제위기타개책을 들고나오게 된 것은 스스로가 이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했기때문. 비료생산업체인 경기화학에 물품대금.대출금상환을 포함해 1백80억원의 자금수요가 급작스럽게 몰아닥친 것은 지난해 12월. 우선 權사장은 급한김에 소유주식 80억원어치를 팔아 회사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이로써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權사장은 신정연휴를 대책마련에 고심하다 지난 5일 직원들 각 가정으로 회사사정 현황설명서와 3개월간 임금지급을 4월이후로 보류하겠다는 통신문을 띄웠다.

회사의 급박한 실정에 동감한 직원들이 순순히 따라줬다.

임금지급유예로 30억원을 확보한 權사장은 협력업체에게도 회사경영상황을 진솔히 설명하는 게 서로가 살길이라고 판단한뒤 각각 부천본사와 울산공장에 협력업체 대표들을 불러놓고 회사설명회를 개최, 협력업체의 협조를 부탁하며 현금상환을 유예시켰다.

이리뛰고 저리뛴 결과 보름남짓만에 위기를 넘긴 것이다.

경제시민단체인 '경제자유찾기모임' 공동대표직을 맡고있을 정도로 사회활동에도 열심인 權사장은 한발짝 나아가 "협력업체.근로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업체에게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사발행 어음을 할인해 주는 형식의 현금유동성 높이기 운동을 계획중" 이라며 "이 운동이 정착되면 흑자부도가 사라지고 부도율도 1%이하로 떨어지게 됨으로써 외자 (外資) 유치가 원활해져 최근의 경제위기를 쉽게 극복할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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