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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합의 의미…"더이상 미룰수 없다" 극적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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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큰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15일 진통끝에 출범한 노사정위는 20일 초유의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탄생시켰다.

정리해고제 도입을 선언문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노사의 의견이 엇갈려 예정된 19일을 하루 넘기긴 했지만 일단 해낸 것이다.

노사정이 국제통화기금 (IMF) 위기에 대한 상황인식을 같이 하고 고통을 분담한다는 대타협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록 정리해고제 도입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정리해고의 뜻이 담긴 의제 등 10개항의 의제를 2월 임시국회에서 일괄타결짓기로 한 것은 상당한 소득이다.

특히 법제화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1월 임시국회에서는 안되더라도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기업구조조정 관계법령 등과 함께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관련법령이 정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노사정위는 20일 오전11시 개회됐지만 노와 사.정간의 입장이 맞서 수차례 정회를 거듭했다.

오후9시가 돼서야 고용조정 (정리해고) 을 선언문에 명기하지는 않되 그 정신을 살린다는 선에서 막판 절충이 이뤄졌다.

일단 이 부분에선 노동계의 입장이 관철됐다고 할 수 있다.

사.정측은 정리해고제.근로자 파견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선언문이 더이상 미뤄질 수 없다" 는 이유로 노측의 입장을 수용했다.

비대위 사절단이 21일부터 미 채권은행단과의 뉴욕협상을 개시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것은 민주노총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19일 자체회의를 갖고 의견을 조율했지만 정리해고제 법제화 반대 입장은 여전했다.

다만 배석범 (裵錫範) 민주노총 위원장직대는 선언문을 발표한 뒤 "정리해고에 대한 반대입장은 확고하다" 면서도 "사.정측이 합의된 의제들을 충분히 실천한다면 노측도 고통분담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는 말로 2월 임시국회중 정리해고제 관련 법제정비 양해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노총은 당장의 정리해고 법제화에는 반대했지만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정리해고제 요건과 절차조항을 강화하는 게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리해고를 막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金당선자측은 정리해고제의 1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철회하고 2월 임시국회중 정리해고를 포함한 의제 일괄타결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때 근로기준법 부칙의 정리해고 2년 유예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사정위의 전도는 아직도 불투명한 부분이 적지않다.

명분이 강조되고 다양한 조직구성 등 노동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구조조정방안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도 주요 변수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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