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파산보호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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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크라이슬러가 채권단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됐다. 30일(현지시간) AP 등 외신은 미국 3위 자동차 업체인 크라이슬러가 채권단과의 채무 구조조정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어떻게든 파산만은 막아 보려던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그동안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크라이슬러는 올 3월 말 정부에 추가 구제금융 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크라이슬러가 마련한 구조조정 계획이 미흡한 데다 일단 채권단·노조와 채무 협상을 마무리하고 와야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주문이었다. 정부는 여기에 크라이슬러가 추진하던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와의 협력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추가 단서를 달았다. 주어진 시간은 30일이었다.

이날 이탈리아 현지 외신에 따르면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와 협력을 결정하고 소형차 부문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미자동차노조(UAW)도 퇴직자 의료 보조 문제를 놓고 전면 재검토하기로 회사 측과 합의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협상 마지막 날인 30일. 정부·경영진·채권단은 끝까지 논의를 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재무부는 전날 채권단에 69억 달러 규모의 보증채권을 포기하면 대신 22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채권단 가운데 JP모건·골드먼삭스·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기관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머지 45개 은행과 헤지펀드 등 중소 규모 채권기관이 거부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AP는 파산보호 신청이 크라이슬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파산법원의 관리하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정부의 추가 지원금을 받으며 영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트와의 협력도 유효하므로 기술을 전수받고 시장을 공유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신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산시설과 딜러망 등을 대폭 줄이는 게 불가피한 만큼 크라이슬러가 예전 같은 명성을 유지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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