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구조개혁안…'투명경영' 대혁신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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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와 LG가 19일 발표한 구조조정안에는 대기업이나 기업주의 역할을 워낙 거대하게 보아온 국민정서에 비춰, 또 구조조정에는 기업으로선 구체적으로 내놓기 어려운 대외비 사항도 많아 보기에 따라선 미흡한 측면이 있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양대그룹의 구조조정안은 '적극적인 사업구조 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투명한 기업경영' 등 이른바 대기업개혁의 큰줄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그 실천 여하에 따라 국내기업 경영관행의 혁신을 예고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 이후 발표될 삼성.대우.SK그룹의 구조조정안도 비슷한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19일 발표한 구조조정안을 통해 사외이사제.사외감사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함으로써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문화일보 경영 철수와 일관제철소 사업 유보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 일가의 개인재산 출자, 계열사 합병.매각 등 향후 그룹의 전반적인 구조조정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아 '미완의 계획' 발표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문화일보의 경우 조만간 지분을 정리하고 이를 인수하려는 곳이 있으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가 언론을 소유한 대기업중에서 가장 먼저 언론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은 언론사를 소유한 다른 대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관제철사업 유보선언이 사업포기까지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鄭夢九)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추진돼온 반면 정몽헌 (鄭夢憲) 회장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대의 후계구도가 어떻게 가닥을 잡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이날 발표내용에 포함된 대주주의 재산출자 부분과 관련, 구본무 (具本茂) 회장을 포함한 具씨.許씨 등 창업주 일가가 모두 유상증자에 사유재산을 활용하고 경영책임까지 맡게 되는 이사직에 참여하는 등 정부의 개혁방침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은 자의든, 타의든간에 외형 위주의 경쟁을 벌이고 총수가 책임을 월급 사장들에게 미룰 때가 아니라는 의미" 라고 말했다.

LG그룹은 또 앞으로의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해 에너지 (정유).정보통신 (전자.반도체.정보통신).유통 (상사.백화점).금융 (보험.증권.카드) 등 5~7개 부문을 주력 계열사로 선택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어느 부분이 정리대상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발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99년 결합재무제표 작성 및 상호지보 완전해소 등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눈길끄는 부분이다.

한편 삼성.대우.선경그룹은 이날까지도 구조조정안 발표시점을 확정치 못했으나 현대.LG의 발표내용을 서둘러 입수해 검토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였다.

삼성 등은 20일부터 차례로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호.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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