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관계자…빚상환 능력이 신용도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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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단기외채의 장기외채 전환 등과 관련해 한국 신용등급의 상향조정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곧바로 금리와 연결돼 향후 채무상환 부담의 정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한국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춰 한국채권을 '투기등급' 으로 전락시킨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사가 지난 주말 한국에 대한 '크레디트 워치 (신용등급 전망)' 를 '부정적' 에서 '유동적' 으로 바꿨다.

S&P의 로저 타일론 은행담당 실장과 조이딥 머커지 국가등급담당 부실장을 14일 뉴욕 본사에서 만나 속 생각을 들어봤다.

그 대답은 여전히 '유동적' 이었다.

- 한국정부는 대선후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키고 IMF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단기외채를 장기채권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과 같은 일련의 조치가 등급조정 사유로 충분치 않은가.

“아직 이르다.

대선후 몇몇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문제에 분명한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장기채권 전환 논의만으로 등급이 달라진다고 하기 곤란하다.

가령 1~2주안에 이 문제가 해결되고 한국정부가 IMF의 개혁안을 실천해 나간다면 '전반적' 평가를 다시 할 수 있다.”

- 등급 조정에는 보통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리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국처럼 급속히 하향 조정된 일은 매우 드문게 사실이다.

주된 이유는 유동성 위기였다.

유동성 문제가 일단 발생하면 신용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채권자들이 상환연장에 별다른 불안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단지 부채가 많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신용등급 조정으로 투자자들이 움직이는가, 아니면 시장의 평가가 등급 조정을 유도하는가.

인과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시장, 또는 투자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등급을 맞추려고 하진 않는다.

우리 나름의 중요한 기본요인을 설정해 등급을 결정한다.

이 기본요인중 하나가 바로 유동성이다.

물론 시장 분위기가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신뢰도가 바뀐다면 시장평가가 신용평가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 단기외채의 장기채권 전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선 금리책정과 관련해 신용등급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잇따른 등급하향 조치와 현재의 등급수준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등급 하향조정을 좋아할 나라는 없다.

유럽 각국이나 뉴욕시의 경우도 '실상을 얼마나 알고 그러느냐' '우리는 다르다' 는 식으로 불만을 터뜨린다.

각국이 처한 상황과 문제해결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우린 특정 사회적 관습이나 태도 자체보다는 그것이 신용등급 결정요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둔다.”

- 한국은 여타 아시아국가들과 다르지 않은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한 것부터 다르다.

경제구조.기술수준.저축률 등에도 분명 차이가 있다.

한국과 동일한 등급인 파키스탄.터키 등에 비해 한국이 더 나은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등급결정은 도덕적 판단이 아님은 물론이려니와 삶의 질, 또는 국가전체에 대한 평가도 아니다.

단지 부채상환 능력을 보자는 것이다.”

- 언제쯤 등급을 재조정할 생각인가.

“이달 말까진 최소한 전망을 '안정적' 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한 계단 더 낮추든지 할 예정이다.”

뉴욕 =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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