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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협상 대표단 전략…미국은행 설득이 분수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1일로 예정된 뉴욕협상은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의 향방을 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너무도 중대한 의미로 인해 '뉴욕 결전 (決戰)' 으로 불리는 이번 협상에 임하는 우리 대표단의 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미국 은행들을 집중 설득, 국채발행이나 정부지급보증을 최소화하면서 먼저 단기대출을 장기대출로 전환하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과 오랫동안 거래해온 은행들은 한국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단기대출을 장기로 전환하도록 설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보고있다.

게다가 은행은 '각개격파' 가 가능해 사정이 좋아지면 그때그때 대출조건을 조정할 여지도 크다.

일단 은행을 설득해 단기대출을 장기로 전환하고 '신디케이트 론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 을 통해 신규 자금을 끌어오는데 성공하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무디스 등의 신용등급이 몇단계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채발행 조건에 대한 협상은 이같이 한국의 입지가 개선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게 대표단의 생각이다.

또 하나는 국채발행을 하더라도 경제가 호전되면 돈을 앞당겨 갚은 뒤 좋은 조건으로 다시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콜 옵션' 을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JP 모건 등 증권사나 투자은행들은 콜 옵션을 받아들이더라도 3년이내엔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단은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계획이다.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JP 모건이 주축이 된 미국측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으나 최근엔 여건이 점차 호전되고 있다" 며 협상전망이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S&P가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전격 조정한 것은 뉴욕협상을 앞둔 한국에는 '백만 원군' 격이다.

물론 신용등급 전망이 바뀌었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유동적 (developing)' 단계라는 뉴욕협상이 결렬될 경우 신용등급을 낮출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해말 국가부도 위기는 넘긴 상태에서 등급 전망이 이같이 조정된 것은 S&P와 무디스 등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에서 '적격' 으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평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S&P가 신용상태에 대한 실사 (實査)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한국의 협상 입지를 한층 강화해주면서 국제금융가에 긍정적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정경민 기자

◇ 디벨로핑 (developing) 이란 = S&P가 우리나라에 대해 매긴 '크레디트 워치 디벨로핑 (credit watch developing:신용주의관찰 유동적)' 이란 평가는 간단히 말해 금방이라도 신용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 S&P가 신용등급과 함께 첨부하는 전망은 네거티브 (negative:부정적)→스테이블 (stable:안정적)→포지티브 (positive:긍정적) 로 옮겨가는데, 통상 '네거티브' 에서 '스테이블' 로 옮겨가는데 18개월 정도 걸린다.

이번 조정으로 우리나라는 등급조정의 시간을 대폭 단축하게 됐고, 곧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경우 장단기 자금차입시 금리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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