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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100명 → 2000명, 3년 만에 20배 커진 서울대 공부 나눔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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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9일 오후 6시 서울대 문화관에서는 350명의 따뜻한 심장이 함께 뛰었다. 1학기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주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이 공부 나눔봉사(‘SNU멘토링’)의 의미를 되새기는 발대식 자리였다. 이장무 총장은 “아이들의 정신적 버팀목이 돼 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는 사회 공헌의 좋은 모델”이라며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학생의 리더십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SNU멘토링사업은 올해부터 서울대가 실시하는 ‘동반자사회 프로그램’의 하나다. 장재성 학생처장은 “기존의 멘토링 사업과 크고 작은 봉사 동아리의 활동 인원을 포함해 이번 학기 참여 학생이 20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측은 멘토링에 참여하는 학생이 2학기까지 5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수년 안에 1만 명 수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멘토링 사업은 2006년 5월 사범대 조영달(사진) 학장이 100명을 모집해 시작됐다. 예비 교사들인 사범대 학생들에게 봉사 정신을 심어 주자는 취지였다. 초·중·고생의 후견인이 된 서울대 학생들은 동작구와 관악구에 사는 500여 명의 어린 동생들에게 무료 과외를 시켜 주고 연극도 같이 보며 형·누나가 돼 주었다. 서울대·동작교육청·동작구·관악구가 손잡고 새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학부모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들을 학원에도 못 보내 속상하고 미안하던 마음이 대학생들 덕분에 눈 녹듯 사라진 것이다. 서울대생 멘토링 사업은 이후 전국의 지자체와 교육청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 한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공부 나눔 프로그램’이 민들레 홀씨처럼 곳곳에 확산된 것이다.

조 학장은 “가장 큰 효과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꿈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형·언니에게 대학 생활과 진로 상담을 하며 자연스럽게 목표를 정하게 되고, 공부 의욕을 살린다는 것이다. 무료 과외를 받은 지난해 2학기부터 수학 성적이 20점이나 올랐다는 당곡중 2학년 윤명진(14)양은 “언니에게 공부를 배우면서 서울대 진학 목표를 세웠다”며 “공부하는 게 신이 난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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