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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키워드]밀레니엄…신앙 '새봄' 맞는 천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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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답지 않게 살았던 점을 반성하면서 참다운 기독교인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힘쓰겠습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을 눈앞에 두고 전세계 천주교 신자들의 가슴에는 이런 염원이 가득하다.

종교계는 올해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보다 청정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모색하느라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

'밀레니엄' 은 '천년왕국' 의 의미로 성경에 나오는 단어지만 요즘은 일부 종말론자들의 왜곡된 해석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종교계에서조차 이 말을 신중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예수탄생 후 제3의 천년기 (2001~3000년) 를 일컫는 말로 받아들이면 무난하다.

요한 바오르 2세 교황이 2000년을 대희년 (大喜年) 으로 선포한 천주교에서 특히 '신앙의 새로운 봄' 을 외치는 소리가 높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기독교인답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깔려 있다.

지난 95년 경갑룡.이병호.최창무.장익 주교 등으로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 를 구성한 천주교는 올해를 '성령의 해' 로 정했다.

성령의 살아있음이 실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가를 늘 느끼면서 한 단계 높은 삶을 추구하려는 바람이 엿보인다.

그래서 올해는 신자들에게 성인식에 해당하는 견진성사를 받도록 호소하고 이미 견진성사를 받은 사람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삶이 되도록 이끌고 있다.

주교특별위원회에서는 또 개신교.천주교.성공회 등 다양한 교파 간의 일치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거듭나기 노력은 2000년 6월 로마의 성체대회를 통해 신앙의 새로운 봄으로 피어난다.

개신교측은 선교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대표회장 김홍도) 의 경우 현재 '21세기 선교전략특별위원회' 의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이 위원회의 활동은 국내복음화.세계선교.평화통일 등으로 요약된다.

개신교 내에서도 신자증가율이 답보상태를 걷고 있는 이유를 한국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 했다는 데서 찾고 있어서 어떤 식의 역할 모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최훈)가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각오는 2월 중순 발기대회를 가질 '21세기 크리스천연구원' 에서 잘 나타난다.

연구분야가 12개나 된다.

세계선교.교회갱신일치연구위원회 등 교회관련 외에 사회참여.문화예술.교육개혁.민족통일.가정여성.정보화위원회 등 꽤 다양하다.

연구에 관여할 목사와 교수만 1백50여 명이어서 2000년대 교회의 역할변화가 크게 기대된다.

불교계에서는 '밀레니엄' 이란 용어를 쓰진 않지만 조계종의 움직임이 관심을 끈다.

다음달에 스님.재가 불교신자.불교관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21세기 위원회' 가 출범한다.

이 위원회의 사업은 ▶대종사.종사 등 법계 수여에 승가 고시제 도입 ▶종단정체성 확립과 종풍 쇄신 ▶한국사회 지도자로서의 승가상 정립 ▶성보 문화재 보존과 민족문화 창달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확산과 보살행 실천 등 크게 8가지. 지금과 같은 사고로는 새로운 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런 종교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경우 우리 사회도 부정.부패 등 해묵은 병폐가 어느 정도 치유되는 제3의 밀레니엄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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