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신용카드사업 진출 줄줄이 포기…구조조정으로 여력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신용카드시장에 새로 뛰어들려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진출계획을 포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맞아 신용카드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데다 구조조정으로 신규사업에 진출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시장의 전면 개방에 맞춰 동부.대우.쌍용.코오롱.금호.한솔 등 15개 정도의 대기업들이 진출 준비를 해왔으나 롯데.현대.SK 등 3개를 제외하곤 진출계획을 유보하거나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기존 사업도 대폭 줄이는 마당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카드사업에 새로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판단, 계획을 유보했다" 고 말했다.

롯데 등 3개 그룹도 신용카드회사를 차릴 경우 최소한 1조원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라 진출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현대그룹은 백화점카드를, SK그룹은 유공비씨카드를 신용카드로 전환할 경우 시장진출이 쉽다는 계산에서 진출계획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기존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카드업계가 시장위축과 늘어나는 연체 등으로 고전하는 판에 신규진출로 과당경쟁이 유발될 경우 모두 함께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 고 지적했다.

한편 카드업계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지난 13일 4대그룹 총수와 만난 자리에서 '경영역량을 주력.핵심사업부문으로 집중한다' 고 합의함에 따라 대기업의 신용카드시장 신규진출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이종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