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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페레그린증권과 거래,80여 한국계 금융사 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홍콩에 나와 있는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페레그린 파산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80여개에 이르는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페레그린과 각종 금융거래를 통해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들 금융기관과 페레그린의 연결고리는 증권전문가인 앙드레 리 (李奭鎭.35) 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계 캐나다인 어머니를 둔 李에게 채권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처음 안겨준 곳은 한국계 은행들이었다.

일본에 방직기계를 팔다가 금융인으로 변신한 그는 뉴욕에서 한국 은행들과의 대형 채권 거래를 자주 성사시키면서 일약 월스트리트의 샛별로 부상했다.

지난 94년 페레그린에 스카우트될 당시 리먼 브러더스에서 14명의 동료들을 이끌고 홍콩에 온 그는 한국쪽 인사들과 자주 접촉했다.

그는 당시 자금 수요가 컸던 동남아 국가들과 고수익을 추구하던 한국 금융기관들을 잘 연결시켰다.

한국 금융기관들과 페레그린의 거래는 크게 세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페레그린이 직접 발행한 변동금리부채권 (FRN) 을 한국 금융기관들이 인수하도록 중개했다.

또 페레그린이 주간사로서 물량을 인수한 동남아 각국의 금융상품들에 한국 금융기관들이 신디케이트로 참여토록 했다.

또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페레그린과 금융상품을 매개로 통화.금리 스와프 계약등을 맺은 경우도 적지않았다.

13일 사무실 정리를 위해 출근한 페레그린의 한 한국계 직원은 "이런 거래에 대부분의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끼어들었다고 보는게 맞다" 고 말했다.

李의 대 (對) 한국 거래가 늘면서 지난해 한때 페레그린에는 한국인 직원이 12명이나 근무했다.

양측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는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계 금융기관들의 피해는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모든 관계자가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어 대강의 피해액 집계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신디케이트 형식으로 참여한 금융거래에서는 별 피해가 없지만 페레그린이 발행한 FRN을 구입했거나 통화스와프 등의 형태로 거래했던 곳은 큰 타격을 받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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