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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전직 총장에게 입학사정관 맡겨볼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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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대학입시제도가 잘 확립돼야 초·중·고 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이라며 “선(先) 대학입시제도 확립, 후(後) 초·중·고 공교육 정상화가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4개 대학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이 어떻게 경쟁력을 키우느냐가 중요하며 그중 하나는 대학입시 정상화 문제다. ‘정상화’라는 표현을 쓰면 지금까지가 비정상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되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발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주요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이 대통령, 이장무 서울대 총장, 노동일 경북대 총장. 이배용 총장 뒤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대학입시제도 확립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대학 스스로가 주도해야 한다. 여러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적극 협력하는 게 맞다”면서 “제 임기 중에, 또 여러분들 (총장)임기 중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적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입시 정상화에 대해 많은 분은 ‘오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지식정보화 이전인 과거 1960∼70년대의 속도이고, 오늘 같은 디지털시대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혁의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개혁을)빠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도를 언급하며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입학사정관이 자신 있게 입시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입학사정관의 전문적 결정은 학교가 존중하고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학총장에게 업무를 맡기는 식으로 입학사정관의 권위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는 선진형 입시제도 도입과 대학의 교육역량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등 14명의 대학총장이 참석했다.

서승욱 기자

간담회 참석자 주요 발언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주요 대학 총장들의 간담회에서는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놓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부터 “긴 이야기 필요 없다”며 토론을 유도했다. “여러분이 생각과 이해를 같이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참고인 자격으로 듣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본격 토론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 등 입시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석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입학사정관들이 전문성을 갖추도록 일단 5개 대학에 전문 양성·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10분에 시작한 간담회는 예정보다 30여 분 길어져 12시40분쯤 끝났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 총장들과 상춘재에서 오찬도 함께했다. 상춘재는 청와대 내에서도 가장 풍광이 좋은 건물이다. 이 대통령은 오찬 장소를 소개하며 “외국 국빈들의 만찬장”이라며 “여러분의 권위를 그만큼 존중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대(이장무)·고려대(이기수)·연세대(김한중)·성균관대(서정돈)·이화여대(이배용)·한국외국어대(박철)·중앙대(박범훈)·동국대(오영교)·건국대(오명)·충남대(송용호)·경북대(노동일)·한동대(김영길)·부산대(김인세)·전남대(김윤수) 총장 등 14명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안병만 장관,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간담회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서울대 이장무 총장=“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에 매우 중요하다. 서울대는 2002년부터 준비해 왔다. 그러나 입시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단계적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부정과 연루되면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세대 김한중 총장=“연세대는 명예교수 같은 분들을 사정관으로 모시고 입시 문제에 신뢰를 주고 있다. 정책의 결과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며,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전형 방안’을 발표)=“현행 시험성적 위주의 전형을 개선해 학생들의 성적은 물론 창의성·잠재력·인성과 발전 가능성을 종합 고려하는 전형을 강구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선진형 대입제도를 실현하고 성적 위주 교육 현실을 바꿔 나갈 수 있는 정책 대안 중 하나다. 사회 각계각층으로 구성되는 교육협력위원회를 만들어 다음 달 중에 선진형 대입전형 확산을 위한 대학 간 공동선언을 준비 중이다.”

▶한국외대 박철 총장=“외국어만 잘해도 외대에 들어올 수 있는 입학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어 특기가 있는 농·어촌 학생도 많이 선발하고 있다.”

▶충남대 송용호 총장=“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사회가 대학입시를 신뢰해야 하고, 사정관들이 자신감 있게 업무를 담당하게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경북대 노동일 총장=“(대학교육)선진화의 핵심은 (입학)사정관제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 중이다. 사정관제는 현재 입학 전형의 방법을 대체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동대 김영길 총장(‘대학학부 교육력 강화 방안’ 발표)=“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선 학부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대학교육 역량강화 사업’으로 대학의 재정자율성이 신장하고 있으나 대학학부 교육혁신, 학생 선발 자율화, 선진형 대학평가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부산대 김인세 총장=“입학사정관제는 고교 선생님들의 평가와 대학의 입시에 대한 진정성이 있을 때 성공 가능하다. 평가와 선발에 있어 진정성을 토대로 인증제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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