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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돼지 테마주 … ‘사스의 추억’을 잊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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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돼지 인플루엔자 수혜주로 꼽히는 대표적인 종목은 백신 관련 주다. AI 백신을 개발 중인 VGX인터내셔널과 독감백신 생산설비를 갖춘 녹십자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중앙백신·씨티씨바이오·대성미생물 등 동물용 백신 제조업체 주가도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닭고기와 수산물 관련 종목도 급등세를 이어 갔다. 돼지고기 소비가 줄면 대체재가 반사이익을 볼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닭고기 업체인 하림·마니커나 수산물 가공업체인 신라수산·한성기업·사조산업·오양수산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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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발생 소식에 수혜 종목의 주가가 들썩이는 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했을 땐 제약주가 급등했다. 2004년엔 AI와 광우병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수산주가 최고의 테마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테마주는 뉴스가 사라지면 곧 바닥으로 고꾸라지곤 했다. 2003년 4월 고려제약은 사스 치료제 수입 소식에 주가가 700원에서 2500원으로 뛰었지만 다시 6월엔 1000원으로 떨어졌다. AI가 전국으로 확산된 2004년 초, 수산주는 한 달 만에 3배로 뛰었다가 원상 복귀했다. 이후에도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는 급등했지만 짧으면 하루, 길어야 한 달의 반짝 효과였다. 수혜주의 실적이 실제 좋아졌다는 근거도 없다. 2004년 수산물업체 주가는 150% 넘게 올랐지만 사조산업·한성기업·신라수산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다. AI로 닭고기 소비가 줄었다고 해서 수산물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없었던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주영 연구원은 “돼지 인플루엔자 발병으로 관련 업체의 이익이 단기간에 늘기는 어렵다”며 “예상보다 사태가 빨리 진정될 경우 주가가 갑자기 확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종목은 돼지 인플루엔자 효과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 ‘쇠고기 관련 주’로 분류돼 27일 주가가 급등했던 한일사료와 이네트는 28일 주가가 14% 넘게 하락했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도 취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혜주 찾기보다는 역발상 투자가 낫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9·11테러나 사스 발생 때를 감안하면 돼지 인플루엔자 영향으로 주가가 떨어진 항공주는 지금이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돼지 인플루엔자가 진정되면 여행 수요가 다시 크게 늘면서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3년 2월 사스 발생으로 20일 만에 40% 하락했던 대한항공 주가는 석 달 만에 70% 오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도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300 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결국 1300.24로 마감했다. 개인은 13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26.6포인트 하락해 500선이 무너졌다(479.37). 하락 폭으론 올 들어 가장 컸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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