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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맞은 대구·경북 경찰 총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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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소통·화합의 리더십 이성규 대구경찰청장
“서민 울리는 경제사범 뿌리뽑겠다”

이성규(54·사진) 대구지방경찰청장은 가끔 창 밖을 본다. 창 너머 펼쳐지는 신록을 보며 사색에 잠긴다. 청장실은 7층이다. 북쪽으론 무학산이, 남쪽으로는 용지봉 자락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주변 경치가 참 아름답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 없이 좋지요.”

이 청장은 1999년 2월부터 5개월간 대구경찰청에서 생활안전과장(총경)으로 일했다. 이후 문경서장과 서울 남대문서장 등을 거친 뒤 치안감이 돼 10년 만에 대구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최근 취임 한 달을 맞은 이 청장은 두 가지 ‘작전’에 매달리고 있다.

하나는 경제난에 고개를 드는 경제사범·폭력배의 척결이다. 유사수신행위와 전화사기(보이스 피싱)·불법대부업 등 서민을 울리는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작전에는 경찰 수사관 1000여 명이 투입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금품수수·음주운전 안 하기 등 기강 세우기다. 경찰관이 모범을 보여야 법 질서가 바로 선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목표 달성의 방법은 직원과의 ‘소통’이다. 대구경찰이란 큰 배를 혼자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전 직원이 화합할 때 일할 의욕이 생기고,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화합을 강조한 결과 금품수수·음주운전 등 직원들의 비리가 한 달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제사범·폭력배도 300여 명을 검거했다.

이 청장은 “매일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 출신인 그는 문경고·동국대(경찰행정학과)를 나와 80년 경위로 출발했다. 행정자치부 장관 치안정책관과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등을 지냈다.

홍권삼 기자

합리주의 강조하는 박진현 경북경찰청장
“국민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야”

지난달 12일 부임한 박진현(56·사진) 경북경찰청장은 ‘철학자’로 통한다. 순시 때마다 ‘인본주의 경찰’을 강조해서다. ‘범인 잘 잡자는 말은 없고 웬 인본이냐’며 고개를 갸웃하던 직원들은 얘기를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석가·예수·공자 같은 성현이 모두 인간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데서 출발했다고 강조한다. 권력·재산 있는 사람은 인본주의 실현을 위한 ‘수단’을 많이 가진 사람일 뿐, 실천하지 않으면 보통사람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란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할 줄 알아야 올바른 경찰이 된다는 것.

이를 어떻게 실천할 지도 제시했다. 개인별로 목표 달성을 계량화해 그 성과에 따라 전보·승진 인사에 반영하는 성과주의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찰이 없게 현장·실무 중심 교육을 적극 펼치고 있다.

간부들에겐 합리주의를 강조한다. 사물의 현상과 본질을 이해하고 체험적 지식이 있어야 실현될 수 있는 합리주의를 견지해야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기고 부하 직원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는 이런 생각을 정리해 경북경찰청 홈페이지에 ‘치안단상’으로 올린다. 이 글에는 댓글 100여 개씩이 붙곤 한다. 그는 “치안단상에 ‘아부하는’ 댓글도 올라오지만 그래도 읽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법학박사로 한때 대학 교수로의 전직을 생각했다. 그러나 경찰이 인본주의 사상을 꼭 필요로 할 것 같아 눌러앉았다는 것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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