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중, 팬들이 강풀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그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건 좋은데, ‘강풀 진짜 뚱뚱해’ 수근대며 지나갈 땐 화가 난다”며 웃었다. [김상선 기자]
“작품을 그리다보면 캐릭터에 동화되고, 그러다 결국 신파로 흘러가는 게 제 한계라는 걸 알고 있어요. 살인자의 과거를 생각하다 보면 그에게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게 될까봐, 아예 처음부터 그의 과거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었죠.”
하지만 류승혁에 대한 차가운 접근을 제외하면, 강풀 만화 특유의 휴머니즘은 『이웃 사람』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이웃들이 힘을 모아 연쇄 살인을 막는다’는 설정 자체부터 그렇다.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의문이 있었어요.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살인을 했다면 주변의 누군가는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 그들이 조금씩만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비슷한 죽음이 되풀이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었죠.”
탄탄한 스토리가 빛나는 작품인만큼 『이웃 사람』도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출간 전부터 영화화가 결정됐다. 하지만 “강풀 원작 영화는 흥행 성적이 좋지 않다”는 징크스 때문에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다.
“그래도 ‘순정만화’는 100만 명 가까이 드는 등 성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변. “영화사 쪽에서 판권을 산 직후엔 너무 좋아해요. 그러다 정확히 한 달이 지나면 항의 전화가 오죠. ‘시나리오로 옮기기 너무 힘들다’면서.” 아예 본인의 작품을 직접 시나리오로 써 보라는 제안도 많지만, “만화 그리는 게 제일 재밌는 일인 것 같아” 욕심내지 않기로 했단다.
『이웃 사람』을 끝낸 뒤 강풀은 모처럼 효도다운 효도를 했다. 다음달 목사직에서 은퇴하는 아버지를 위해 경기도 양평에 작은 펜션을 열어드린 것. 이름도 ‘강풀 펜션’이라고 붙였다. 윤태호·양영순 등 선배 작가들과 함께 ‘누룩 미디어’라는 작은 콘텐트 회사도 차렸다.
이미 시놉시스가 완성된 두 세 작품 가운데 하나를 골라 5월 말부터 새롭게 다음(Daum)에 연재도 시작한다. “인터넷 연재를 고집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저는 ‘대중적’이라는 말이 좋아요. 소수가 열광하는 ‘작품’보다는 다수에게 널리 사랑받는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