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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 경주 참가 제네시스 쿠페, 엔진은 닛산?

중앙일보

입력

요즘 카매니아들에게 국내외적으로 가장 관심을 받고있는 국산차로 제네시스 쿠페를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9일과 10일 롱비치에서 열린 포뮬러 드리프트 제 1전에는 제네시스 쿠페가 출전해 큰 관심을 끌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리스 밀란이 이끄는 RMR(Rhys Millen Racing)을 후원하여 미국내 모터스포츠 일부종목에 제네시스 쿠페를 투입하는데 그 신호탄이 포뮬러 드리프트 제 1전이었다.

포뮬러 드리프트는 2004년 처음 시작됐다. 일본을 중심으로 열리는 D-1 그랑프리와는 달리 미국을 중심으로 열리는 포뮬러 D는 D-1그랑프리와 출전차량이나 채점기준 등이 다소 다르다. 드리프트는 속도나 순위, 랩타임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채점으로 승패가 가려진다.

현대자동차는 10년 10만마일 보증수리로 신뢰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뒤 최근 제네시스 세단과 제네시스 쿠페로 새로이 주목받고는 있으나 여전히 2등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동안 미국시장에서 저가형 차를 만들어왔다는 것뿐만 아니라 품질과 성능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었으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 일이다. 품질과 성능이 개선되면서 가격도 조금씩 상승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와 함께 미국내 프로 시리즈 모터스포츠에 뛰어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픈휠 포뮬러나 르망 시리즈 같은 레이스에는 현재의 현대자동차로서는 뛰어들 수 있는 기술력도, 결단력도 없겠지만 드리프트나 투어링카 레이스라면 비교적 적은 투자로 진입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가 미국내 모터스포츠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첫 이벤트인 포뮬러 드리프트 제 1전에서 RMR 제네시스 쿠페는 미디어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RMR을 이끌고 있는 리스 밀란은 드리프터이자 스턴트 드라이버로도 유명하다. 그는 분노의 질주 3편 도쿄 드리프트에서도 스턴트 드라이버로 활약한 바 있다.


RMR 제네시스 쿠페는 지난해 SEMA쇼에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 튜닝 버전중 하나였다. 그 당시만 해도 현대자동차라 RMR과 손을 잡고 드리프트 종목에 제네시스 쿠페를 투입할 것인지의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SEMA쇼에 전시되었던 RMR 제네시스 쿠페의 경우는 2.0리터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한 상태였고 시카고 오토쇼에서는 스트로크를 연장하여 배기량을 4.1리터로 늘린 람다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한다고 보도자료에 적혀있었으나 이번 레이스에는 닛산 VQ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롱비치의 패독에서 만난 RMR 관계자중 한 명은 배기량을 4.0으로 늘린 람다 엔진이라고 밝혔으나 4월 14일 에드먼즈 닷컴의 인사이드 라인, 4월 15일 오토블로그에 올라온 기사와 현장에서 찍은 제네시스 쿠페의 엔진룸을 비교해 볼 때 560마력을 내는 4.0리터 닛산 VQ 엔진이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드먼드닷컴 관련 기사
http://www.edmunds.com/insideline/do/Features/articleId=146026

오토블로그
http://www.autoblog.com/2009/04/15/rmr-hyundai-genesis-coupe-starts-formula-d-season-with-nissan-po/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원래는 RMR측에서 다른 메이커의 엔진을 사용한 것을 대외비로 하려 했는데 유출되어 공개된 것으로 생각된다.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VQ 엔진을 탑재한 것이 문제가 될 경우에 대해서는 리스 밀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기로 하면서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물론 모터스포츠에 투입된 적이 없는 새 엔진을 프로 시리즈에 맞게 튜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부족한 시간에서 제 1전에 차를 투입하기 위해 VQ 엔진을 탑재한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고 경기 규정 위반도 아니기는 하다.


리스 밀란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엔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배기량을 키우고 터보차저를 장착한 V6라고만 밝히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갔었고 VQ 엔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의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 사실이 밝혀진 이후 수습은 잘 되어 RMR으로서나 현대로서나 문제가 커지지는 않기는 했으나 RMR의 신뢰도에 금이 간 것만큼은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현대자동차가 RMR을 후원하여 포뮬러 드리프트에 출전한다는 것이 결정된 것도 시카고 모터쇼가 지나서이니 원래부터 시간이 촉박했던 데다 리스 밀란이 제네시스의 각종 프레스 이벤트와 광고촬영에 동원되었던 만큼 작업을 진두 지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때문인지 현대 측에서도 문제삼지 않는 상황이다.

사실 튜닝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엔진을 경쟁력과 내구성을 확보하면서 경기규정에 맞게 튜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포뮬러 D의 엔진규정은 상당히 포괄적이고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차체와 엔진 메이커가 다른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엔진 스왑 정도가 아니라 더한 경우도 있다.
포뮬러 드리프트 출전차들은 대부분이 시판형 FR 차를 바탕으로 하지만 구동방식을 FR로 바꾸는 예도 있다.


AWD의 전륜 액슬을 제거하고 후륜구동으로 개조한 스바루 STi와 나스카 엔진을 탑재한 후륜구동으로 제작한 싸이언 tC같은 차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시판형 싸이언 tC는 전륜구동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본선 제 1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했으나 리스 밀란은 차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경기가 기다려진다. 현재 RMR 제네시스 쿠페에 탑재된 닛산 엔진은 곧 튜닝된 현대 람다 엔진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현대가 과거 WRC에 출전했을 때처럼 차체와 막대한 후원비용만 지급하고 레이스팀이 알아서 나머지를 모두 진행해 나가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모터스포츠를 통한 기술력과 데이터 확보까지 신경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뮬러 드리프트 뿐만 아니라 타임어택과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오토조인스 | LA 컬럼니스트 권규혁

RMR 레드 불 제네시스 쿠페 -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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