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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목요장터’서 장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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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천안시청에서 열린 금요장터에서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안의 아파트 20여 곳에선 목요일마다 장터가 열린다. 조영회 기자

#1. 23일 오후 4시 쌍용동 광명아파트. 단지 안에 농산물 장터가 펼쳐졌다. 상인들로 보이는 10여 명이 과일과 채소, 간장·된장·고추장 등 농산물들을 테이블과 돗자리에 진열했다. 이들은 상인들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농부다. 자신들이 기른 농산물을 직접 들고 판매에 나섰다. 잠시 뒤 아파트주민 30여 명이 달려 나왔다. 저녁 시간을 앞두고 필요한 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와 아들 집에 보낼 열무김치를 담글 주부까지 다양했다. 곧바로 흥정이 이어졌다. 가격도 깎고 덤도 얹어졌다. 상인도 주부도 손이 바빴다. 장이 30분 밖에 서지 않아 때를 놓치면 할인점이나 시장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이날 10곳의 아파트를 돌며 장을 열었다. 광명아파트를 마지막으로, 물건은 거의 다 팔렸다.

#2. 24일 오전 11시 천안시청 민원실 앞. 10시30분부터 테이블 한 두 개가 설치되더니 11시가 되자 10여 명의 상인들이 금새 장터를 만들었다. 이들은 23일 광명아파트에서 만났던 농부들이었다. 품목은 전날보다 늘어났다. 떡도 보였고 계란·메추리 알도 등장했다. 민원실을 찾았던 주부들이 발길을 멈추고 시장가방에 채소들을 담았다. 여기서 파는 농산물들은 재래시장보다도 10~20%나 저렴했다. 당근이 3개 1000원, 호박은 3개에 2000원이었다.

◆신선한 농산물 직접 판매= 23~24일 이틀간 도심 아파트와 시청을 돌며 농산물을 판매한 상인들은 성환·풍세·입장·동면 등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직접 차를 몰고 나왔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두 번 아파트단지 20곳과 시청에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연다.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직거래장터는 매년 4월쯤 시작해 11월까지 계속된다. 올해는 23일 처음 개장했다.

장터는 아파트를 도는 ‘목요장터’와 시청에서 열리는 ‘금요장터’로 구분된다. 아파트단지를 순회하는 ‘목요장터는’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20곳의 아파트단지에서 펼쳐진다. 2개 조로 나눠 하루에 10곳씩을 맡는다. 하루에 10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30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아파트주민과 상인들 사이에선 ‘30분 번개장터’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23일엔 오전 청수동 극동아파트를 시작으로 쌍용동 광명아파트를 돌았다. 아파트를 모두 돌고 나면 들고나온 농산물이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품목도 가지가지다. 딸기·방울토마토부터 호박·오이·당근, 계란, 버섯·고추·아욱에 이른다. 꿀과 간장·고추장·된장·참기름도 나온다. 계절에 따라 판매되는 농산물이 달라진다. 봄이면 나물, 여름이면 과일, 가을이면 채소가 주를 이룬다.

◆소비자와 농가 모두 만족= 장터는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농가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마련해 주기 위해 시작됐다. 주부들은 장터가 열리는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참여 농가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된다. 농산물유통 농촌지도자회에 가입된 농가만이 참여할 수 있다. 천안에 거주하는 농가로 제한하고 품목도 겹치면 안 된다. 지난해에는 목요장터가 31차례, 금요장터가 20차례 열려 5억7000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수익금은 농가들에게 100% 돌아간다. 아파트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다른 장터와 달리 부녀회에 수익금을 주지 않는다. 희망하는 아파트에서만 열리기 때문이다.

장터가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아파트 주민들은 혜택이 많다. 농민들이 팔리지 않은 농산물을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팔거나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주부 김유정(43)씨는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한 번씩 아파트에서 열리는 장터 덕분에 저녁 찬거리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무엇보다 농민들이 직접 판매해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풍세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정근국(58)씨는 “93년 처음 농산물직거래장터를 만들었다. ‘내가 기른 농산물을 떳떳하게 판다’는 자부심이 들었다”며 “낯익은 주부들에게는 채소를 무료로 주기도 한다”고 했다.

아파트와 농민들간에 직거래장터를 연결해준 천안농업기술센터 한아름(28) 농촌지도사는 “시민들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농민들에게는 소득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수 있다”며 “시중보다 15~20% 가량 저렴해 주부·공무원들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조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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