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나현 조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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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높은 산 같은데 올라 내려다 보면 흔히 사람들이 개미 같다고 한다.

누구라고 알아차릴 만한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이 그저 두루뭉실한 몸통에 길게 삐져나온 팔과 다리만 겨우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 자코메티는 그런 형상에 착목해 작업한 작가다.

서울대에서 조각을 공부한 나현 (羅玹.39) 씨도 출발은 비슷한 것 같다.

가늘고 길게 만든 몸통과 팔다리는 사람 형상이지만 사람의 냄새도 개성도 없다.

비슷비슷한 집에 살면서 한결같은 것을 소비하는 가련한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돼있다.

그러나 돌장승에서 느낄 듯한 소쇄 (瀟灑) 한 맛이 있는 것은 그만의 시각이다.

13일까지 이십일세기화랑. 02 - 735 - 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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