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KAL기 폭파 재조사, 언제든지 응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등 일부 여당 의원이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을 전면적으로 재조사하려는 데 대해 당시 수사를 했던 국가정보원이 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국회에서 의문사 진상 규명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경우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고위 관계자는 4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뽑은 국회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을 재조사하자고 한다면 국정원으로선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대한항공기 사건은 북한이 88년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자행한 것이라는 데 대해선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로도 진상이 규명된 사안"이라고 강조해 재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자신했다.

국정원은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도 "정치권의 진상 규명 요구가 있다면 국정원은 언제든지 적극 협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정원은 국론 분열 등의 이유로 이 사건의 재조사를 강력 반대해 왔다. 이에 앞서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화와 관련된 의문사를 다루는 의문사진상규명위의 활동과는 별개로 민주화와 관련이 없는 억울한 죽음도 국가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대한항공기 사건과 군내 의문사를 그 대상으로 적시했다.

그는 "의문사진상규명위를 상설화해 직무범위를 넓히든지, 국가가 수사한 사안은 조사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국가인권위의 직무범위를 넓히든지, 새로운 기구를 만들든지 해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 등은 당 방침과는 별개로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 범위를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납북 어부 고문 조작 의혹 사건 등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영종.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