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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 현대중국학회, 용과 독수리의 미래를 전망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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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우)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1일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앞서 런던의 미국 대사관저 윈필드 사우스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띄우기에 휩쓸려 우리 정부와 언론이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지나 않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을 아예 중화(中華)경제권 소속으로 분류하는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과거 발 마사지나 해주는 나라로 깔보던 시각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그들의 경제력을 부풀려 포장하는 우리들의 낮은 포복 자세가 애잔해 보인다.”

지난 토요일자 국내 주요 일간지 칼럼의 말미다. 한국이 이른바 ‘중국 굴기론’에 지나치게 부화뇌동 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미래와 미·중 관계, G2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가 국내 위정자나 학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24일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현대중국학회 춘계학술회의에 모인 국내 중국전문가들은 ‘오바마 시대 미·중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재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바마정부의 대중국정책 변화와 중국의 대응’을 정환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상호의존과 견제, 그리고 불확실성의 증대: 금융위기 이후 중미 통상관계 변화와 그 의미’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치와 경제통상 분야로 나눠 미·중 관계를 각각 심도 깊게 전망한 것이다.

김재관 교수는 발표문에서 오바마 정부의 미·중관계는 ‘중국위협론’에 입각하기보다 클린턴 정부 때 일반화된 ‘건설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능가하는 방향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오바마의 외교정책 팀 가운데 아시아 정책팀은 60~65명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들 전문가 그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선임 보좌관 제프리 베이더를 비롯해 해리 하딩, 케네스 리버설, 리차드 부시, 에반 메드로스 등 내노라할 친중 중국통들로 중국을 ‘책임 있는 이익공유자’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양국간 환경·에너지 분야, 글로벌 위기 대응 분야는 확실한 공조를 보일 것이지만, 경제·군사안보·양안관계·인권문제는 갈등의 소지가 아직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단, 오바마 정부가 집권 100일 동안 펼친 정책을 통해 경제, 양안, 인권문제 모두 탄력적인 외교로 갈등을 완화하려는 태도가 확인된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접근방어(Anti-access)’ 및 ‘지역거부(Area Denial)’ 능력 증강전략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어 국방현대화 부문에서 만큼은 오바마 정부도 부시 정권과 차이를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환우 연구위원은 2007년 미국은 9건의 상계관세 부과조치를 실시했는데 그 중 7건이 중국을 겨냥한 조치였으며 2008년에 미국이 부과한 상계관세 6건이 모두 중국을 상대로 한 조치였다고 지적하면서 미·중간 통상 분쟁이 단순한 무역 역조 수준을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정 위원은 미·중간 통상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의존과 견제가 공존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 국제통상환경의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예측했다.

정 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중·미 통상 관계를 헤게모니 영역과 양자 경제관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통상규범과 기축통화를 놓고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의 위상이 약화됐다고 해서 중국의 위상이 미국과 대등해지거나 역전까지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양자 경제관계 영역에서는 경제관계의 성격, 통상전략, 관세, 무역구제, 비관세장벽, 환율, 산업보호 방면에 있어 전체적으로 상호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가운데 미국이 자국산업보호를 위해 취한 ‘Buy America’ 규정은 역설적으로 WTO틀 내에서의 산업육성을 모색하던 중국에게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박홍서 외국어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은 “경제영역은 군사 안보영역과 달리 승자독식이 아닌 '논제로섬'적 성격이 강하다”며 미·중간 상호의존의 심화가 갈등관계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반박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자본주의 국제질서 유지라는 대전제 속에서 대중국 책임분담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위원은 이에 역사적으로 전쟁의 원인은 정치적 원인보다 경제적 이유가 많았다며 경제영역을 논제로섬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반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중 관계 이외에도 중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의 현황과 성과에 대한 논의가 비중있게 이뤄졌다. 이강표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지역보호주의 및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일고찰-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란 주제의 발표에서 중국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높은 자동차 산업 분야의 실증적 고찰을 통해 구조조정은 유명무실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교수는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지역 보호주의와 중국의 독특한 정치경제적 질서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병헌 공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자동차산업에서 전략집단 형성에 관한 연구-분리기제 형성요인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중국이 지난 3월 내놓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진흥규획’에서 디이, 상하이, 둥펑, 창안 자동차 네 곳을 전국적 규모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기업으로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하면서 특정 기업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번에 4대 집단에 들어가지 못한 베이징자동차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연간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에서 세계 1위를 넘보는 중국 자동차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국제 자동차 시장에서 다크 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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