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말이 없고, 이상득 몸 사리고 … 조용한 경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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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대구시 달성군 비슬산에서 열린 참꽃축제 개막식에 참석해 행사장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29 재·보선을 나흘 앞둔 25일 한나라당 ‘대주주’인 박근혜(대구 달성) 전 대표와 이상득(포항 남-울릉) 의원이 나란히 자신의 지역구를 찾았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북 경주가 이들 지역과 인접해 있었지만 두 정치인은 경주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정치권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싸움을 ‘이상득-박근혜’ 대리전으로까지 바라보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지역 행사가 끝난 직후 귀경길에 올랐다. 재·보선 불개입 원칙을 밝힌 박 전 대표와 경주 선거 불개입을 표명한 이 의원이 경주를 사이에 두고 돌아선 모양새였다.

◆지척 경주 안 간 이상득=박 전 대표는 이날 지역 최대 주민축제인 ‘비슬산 참꽃제’에 참석했다. 그가 달성에 머무른 시간은 두 시간여. 하지만 비정치적 발언만 남겼다. 그는 축사에서 “비슬산 참꽃제가 발전해 이제는 봄이면 꼭 봐야 하는 달성의 명물이 됐다”며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 모두가 무겁고 힘들었던 일상을 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이후 행사 참가자들과 비빔밥 오찬을 했지만 정치적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이 의원도 이날 지역구 행사인 한마음 걷기대회와 연등 행사 등에 참석했다. 재·보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인천과 울산은 물론 전주까지 방문해 지원 유세를 펼친 그였지만 정작 지척인 경주는 쳐다보지 않았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이 의원이 경주에 갈 경우 분명히 친이-친박 말이 나올 것 아니냐. 맘속으로야 정종복 후보를 지원하겠지만 가지 않는 게 당의 화합을 위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 본인도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경주에 안 가는 게 아니고 못 간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右)와 이상득 의원이 24일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 구정문 앞에서 열린 전희재 후보 지원 유세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귀국 이후 정치적 사안에 침묵해 오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도 오랜만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 행사에 참석, 경주 선거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공당의 공천자가 나왔으니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신뢰한다면 한나라당 공천자를 택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전주 내려간 김근태 사단=인천 부평을 지원에 집중해 왔던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은 이날 처음 전주행 승용차를 탔다.유선호(장흥-영암-강진)·김재균(광주 북을)·최규성(김제-완주) 의원 등 호남의 ‘김근태 사단’을 이끌고서다.

전주 완산갑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무소속 연합’을 이룬 신건 후보가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추격해 오자 다급해진 당 지도부가 그에게 SOS를 쳤다.

이가영·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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