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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데이비스 '불운한' 팔방미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프로농구 SBS의 슈팅가드 래리 데이비스 (1m83.5㎝) 의 플레이는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킨다.

한국코트에서 래리 데이비스는 대우의 케이투 데이비스와 함께 가장 정교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용병선수다.

래리 데이비스는 5일 현재까지 득점.가로채기.자유투 등 3개 부문에서 1위에 랭크돼 가공할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18경기에 출전한 그는 경기당 34.2점을 기록, 삼성의 존 스트릭랜드 (경기당 31.45점) 를 따돌리고 득점 선두를 지켰다.

특히 지난해 11월30일 SK전에서 51점을 올려 올시즌 한경기 최다득점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가 득점 선두를 달리는 데는 자유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교묘한 엇박자 드리블과 마크맨의 동작을 빼앗는 속임동작, 높은 타점에서 오랫동안 볼을 손에 감은채 목표물을 겨냥하는 독특한 슛폼이 많은 파울을 유도했다.

주어진 자유투를 좀처럼 놓치지 않는 것도 장점. 한경기 평균 8.09개의 자유투를 던져 82%의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무려 1백78개의 자유투를 던지고도 80%대의 성공률을 자랑한 것은 그의 집중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준다.

그의 자유투 성공률은 15위에 불과하지만 94.29%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태진 (LG) 이 고작 35개를 던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부문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뛰어난 농구센스를 지닌 그는 가로채기에서도 눈부신 솜씨를 보여줬다.

경기당 3.09개의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

조던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한 올라운드 플레이는 탄탄한 기본기와 체력에서 우러나온다.

그는 9개 구단에서 가장 수비력이 강한 선수의 마크를 받으면서도 놀라운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볼을 받기 위한 위치 선정, 수비수와의 몸싸움은 '동급 최강' 이고 깨끗한 드리블과 슛폼, 고도의 집중력은 높은 공격성공률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존재가 SBS에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내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되고 상대팀 마크의 표적이 분명해져 공격 루트가 단순해지는 약점이 있다.

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SBS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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