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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진출 그리스 현지 르포] 광란의 응원전, 신들도 못 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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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아테네 여성들이 유로2004 결승에 앞서 응원용 그리스 국기를 고르고 있다. [아테네=강정현 기자]

축제가 끝났다. 지난달 13일 새벽(한국시간)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개막전으로 시작된 200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가 5일 새벽 바로 그 두 팀의 재격돌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최대 화제는 그리스의 승승장구다. 우승후보군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잉글랜드의 중도 탈락은 사건이었다. 4년 뒤 유로 2008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공동 개최한다.

◇열광의 그리스="오늘만 100개 이상의 국기를 팔았다. 그동안 아테네 시내에 그리스 국기를 따로 파는 곳은 없었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3일 오후 5시(현지시간). 유로 2004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북동쪽 마라토나에서 만난 요르고 미켈리스(35)는 신이 났다. 평소 생활용품 등을 차에 싣고 팔러다니는 '방물장수'인 그는 대목을 톡톡히 누렸다. 최고의 히트 상품은 그리스 국기.

그리스가 조별 예선에서부터 파란을 일으키며 결승까지 오르는 사이 그는 트럭 짐칸에 그리스 국기를 가득 싣고 아테네 시내 목 좋은 길목을 다녔다. "지나는 운전자들이 보통 두개 이상씩 사간다. 가로 1m짜리 작은 것이 5유로(약 7000원), 가로 1.5m짜리는 10유로에 팔았다. 오늘 밤부터는 값을 두배로 올릴 생각이다."

결승일인 4일. 아크로폴리스에 인접한 모나스티라키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준결승 직후 '광란의 무대'였던 광장에 또다시 어깨에 국기를 망토처럼 두른 젊은이들이 몰려다녔다. 누군가 "짜자작 짝~짝"하며 손뼉을 치자 여름밤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응원구호가 터져 나왔다.

주변 호텔과 식당에는 대형 그리스 국기가 내걸렸고 '대형 TV 준비. 함께 경기를 보며 응원하자' 등의 손님 끌기 플래카드가 줄지어 나붙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의 태극기 신드롬과 공동 응원 열기 못지않은 분위기다.

니코스라는 이름의 대학생은 "그동안 그리스 축구 대표팀은 유럽 축구의 들러리여서 국민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우리가 그리스인임을 너무도 자랑스럽게 만들어줬다"고 좋아했다.

?BBC가 뽑은 베스트 골=결승전까지 31경기에서 터진 수많은 골 가운데 영국의 방송사 BBC는 포르투갈-네덜란드의 준결승전 후반에 포르투갈 마니셰가 터뜨린 골을 최고의 골로 꼽았다. 마니셰는 후반 13분 네덜란드 진영 왼쪽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살짝 밀어준 코너킥을 서너걸음 치고 들어가다 오른발로 감아찼다. 공은 휘어져 날아가 골문 오른쪽 상단에 그림같이 꽂혔다.

◇레하겔 감독 주치의가 주심=결승전 주심을 맡은 마쿠스 메르크(독일)는 마침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의 20여년 주치의(치과의사)였다. 포르투갈 언론은 '위험한 연계'라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작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은 "주심이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메르크도 "내 고객 중엔 그리스인도, 포르투갈인도 있다"고 반박했다.

아테네=김종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a軋립니다=포르투갈-그리스의 유로 2004 결승전은 본지 제작시간 이후인 5일 오전 3시45분에 경기가 시작됨에 따라 부득이 게재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상보는 인터넷 중앙일보(www.joongang.co.kr)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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