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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 ” 핵심 의혹 못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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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0일간 진행된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 사건 중간수사 결과가 24일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에서 발표됐다. 한풍현 분당경찰서장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탤런트 장자연 씨 자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내용은 복잡하다. 수사 대상자 20명에게 내려진 처분은 입건, 입건 후 참고인 중지, 기소중지, 내사중지, 불기소, 내사종결 등 6가지 종류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분석해 보면 경찰이 "혐의를 입증했다”며 불구속 입건한 대상자는 3명에 불과했고, 구속은 1명도 없었다. 오히려 ‘혐의 없음’을 입증한 대상자가 더 많았다.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언론사 기자들과 강요죄 공범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일부 유력 인사 등 7명은 불기소나 내사종결로 일단 처리됐다. 이 때문에 “혐의 없음을 밝히는 데 더 주력한 수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종합일간지 대표로 알려진 언론인 A씨에 대해 “A씨의 알리바이 등을 종합해볼 때 장씨가 다른 인물을 착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씨와 장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했지만 A씨와 통화한 적이 없었고 ▶A씨는 김 전 대표와 장씨를 모른다고 진술했으며 ▶문건에 만난 것으로 제시된 당일 A씨의 알리바이가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명균 경기경찰청 강력계장은 A씨를 언제, 어디에서 조사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수사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또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상납이나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명균 계장은 “돈 거래가 있어야 성매매가 성립되는데 장씨계좌를 모두 확인했으나 연관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40일 간의 수사기간 중 118명의 참고인을 조사했으나 제대로 수사를 벌였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사를 받은 장씨 소속사 관계자 B씨는 “정작 내가 잘 알 만한 수사 대상자에 대해선 아예 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장씨의 전 매니저 중 한 명은 “내가 장씨 매니저였다고 했는데 장씨 얘기는 않고 다른 연예인의 전화번호를 물어보더라”며 황당해 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인 지난달 20일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예기가 무뎌졌다. 이달 2일 “국민들에게 (대상자들의) 혐의 없음을 납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3일엔 “수사 대상자 실명을 밝히겠다”고 했다가 7시간 만에 “말 실수”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 스스로도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피해자(장씨)가 사망했고 핵심 인물인 김성훈씨가 해외로 도피한 상황인 데다, 대상자들의 범죄 관련성이 확실치 않아 강제 수사에 나서기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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