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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루피아폭락 주범은 인도네시아 기업 달러 사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6개월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 경제의 거시지표에서 위기의 징후를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달러당 2천4백선을 유지하던 루피아화는 지난해 7월부터 폭락을 거듭해 지난해말 달러당 5천선까지 추락했다.

루피아화가 추락을 거듭하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동남아 통화위기의 초반에는 헤지 펀드등 국제적 투기세력들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관계자와 국제투자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조지 소로스로 대표되는 헤지펀드 세력이 이번 사태의 주범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로스의 퀀텀펀드나 타이거 매니지먼트등의 경우 루피아화에 대한 매도에 나섰으나 한때 반등세를 노려 루피아를 매입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외국에 빚을 많이 진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사태 초반부터 루피아화의 안정성을 의심, 루피아화 폭락에 대비한 헤지거래를 하거나 '달러사재기' 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약 8억달러 규모의 대외채무를 갖고 있는 화학섬유업체 폴리신도사의 경우 지난해 7월 장래시점에 당시 환율인 달러당 2천4백57루피아로 2억달러를 매입할 수 있는 선물계약을 채결했다.

뒤이어 달러당 2천9백88루피아로 1억7천5백만달러를 사는 또 다른 계약도 맺었다.

섬유업체인 인도라마사도 지난해 7월 달러당 2천6백50루피아로 1억7천5백만달러를 매입할 권리를 사는 등 일부 기업들이 사실상 루피아의 하락을 재촉했다는 것. 1천3백30억달러에 달하는 총외채중 6백56억달러를 차지하는 민간 기업의 차원에서 이같은 헤지거래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루피아화의 경우 거래량이 많은 달러.엔화와 달리 하루 외환거래액이 50억달러를 넘지 않아 이같은 개별 기업들의 선물거래가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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