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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슬로 시티, 증도의 느긋한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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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속도와 경쟁, 개발의 압력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느긋하게 살아가는 마을. 슬로 시티(Slow City) 증도가 도시민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바삐 돌아가고 있다.

23일 전남 신안군에 따르면 증도는 올 들어 3월 말까지 방문객이 6만7546명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5만4727명보다 23%가 늘었다. 전남도가 슬로 시티 1박2일 여행상품 4가지를 개발해 모객한 결과 증도 상품은 벌써 5월에만 600명 이상이 예약했다. 콘도미니엄 객실이 177개인 리조트 ‘엘도라도’는 5월 1~5일 예약율이 98%에 이르고, 5월 전체로는 70%다.

슬로 시티로 지정된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에서 인부들이 소금 생산 작업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이 염전은 소금 생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증도에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증도는 찾는 사람이 더 급증하게 생겼다. 7월이면 엘도라도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가 문을 연다. 이미 육지와 이어진 사옥도에서 증도까지 건설 중인 교량도 내년 3월이면 개통해 배가 아니라 자동차로 오갈 수 있다.

목포 북서쪽 30㎞ 거리에 있는 증도(면적 28.19㎢)는 2179명이 살고 있다. 백사장 길이가 4㎞에 이르는 우전해수욕장에서는 여름철마다 게르마늄 갯벌축제가 열린다.

◆특별한 게 많은 섬=증도가 슬로 시티들 가운데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섬이지만 콘도미니엄이 있어 숙박이 편리한 데다 전국서 가장 큰 태평염전(4.3㎢)이 있기 때문이다.

또 공용 자전거 350대를 비치, 누구나 무료로 이용한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자동차 없는 섬’을 만든다는 목표다.

6월부터는 신안군이 모든 집에 주방·세탁용 천연 세제를 무료로 보급해 합성세제를 추방할 계획이다.

동식물의 생체리듬에 피해를 주는 빛의 공해를 줄이기 위해 가로등 등을 불빛이 지상으로 향하도록 정비하는 어두운 밤(Dark-Sky) 찾기도 추진한다.

◆슬로 타운 조성=정부의 ‘남해안 관광클러스터 개발계획’ 5대 핵심 테마 중 섬·다도해 해상권 사업에 포함됨에 따라 내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580억원을 투자한다. 공공 투자(국비 150억원, 지방비 150억원)로 해저유물 테마파크와 소금조각공원, 갯벌·전통소금 체험장, 웰빙 체험농장 등 11개 시설을 만든다. 또 민자 280억원을 유치해 소금동굴과 염생식물원, (아토피 피부염 환자 등을 위한) 힐링센터, 미네랄(소금)하우스, 습지 탐방 데크, 한옥호텔, 슬로 푸드점 등 7가지를 세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현대문화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휴식과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민에게는 삶의 질 향상과 소득증대를 돕겠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슬로 시티=이탈리아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시작된 느림의 미학을 담은 마을 만들기 운동. 지역이 원래 갖고 있는 자연생태환경과 고유 음식과 전통 문화를 지키면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운동이다.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전남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 장흥군 유치·장평, 완도군 청산도, 경남 하동군 악양 등 5곳이 슬로 시티 국제연맹으로부터 지정을 받았다. 충남 예산군은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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