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롱뇽 재판’ 유죄 확정이 주는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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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도롱뇽 시위’의 주인공인 지율 스님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대로 유죄를 확정했다. 24차례에 걸쳐 굴착기 앞을 가로막고 단식 투쟁을 벌이는 등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를 방해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 터널은 2003년 11월 착공됐으나 지율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와 환경단체 측에서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반대 활동을 벌이는 바람에 이듬해 3월부터 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됐었다.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질 않다 2006년 6월 대법원이 이들 단체가 낸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일단락됐다. 당시 대법원은 환경 파괴의 구체적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개인이 국가 개발까지 막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을 넘어선 것이란 판단을 내렸었다. 이번 판결 역시 그때 결정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환경 보전도 중요하지만 막무가내로 많은 예산을 투자한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 건 곤란하다는 논리다.

우리는 천성산 터널과 관련한 두 차례의 대법원 판결이 향후 대형 국책사업 추진 시 빚어지는 갈등을 조정할 때 준거가 되길 기대한다. 수년간 진위가 분명치 않은 도롱뇽 생존권 위협 공방을 벌이다 발생한 손실이 무려 2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어디 천성산 터널뿐인가. 새만금 간척지, 사패산 터널, 경인운하 등 수많은 국책사업이 환경단체들과 갈등을 빚다 장기간 표류했다. 이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손실은 오롯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떠안아야 했다. 물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가 경제의 활성화와 국민 생활의 편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결정된 사업이라면 원래대로 추진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이 차선책이란 게 우리의 판단이다.

대형 국책사업은 일단 착공하면 되돌리기가 어려운 만큼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를 충실히 하는 등 갈등 예방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대부분 사업이 발표부터 해놓고 뒤늦게 평가를 서두르는 대충대충 시스템 때문에 부실 논란과 민간의 반발을 부른 것이다. 정부 내에 갈등 조정 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사업마다 이해당사자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해결하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실험은 이미 실패로 판정이 났다. 돈으로 풀거나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질질 끌며 혈세만 날렸다. 다음 달 마스터플랜이 나오는 4대 강 살리기 사업도 만만치 않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천성산 터널 사례를 보고 배워 제대로 대비하길 바란다.

▒바로잡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6개월 동안 직접적인 공사 관련 손실은 145억원으로 밝혀진 바있습니다. 지율 스님께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