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茶를 마시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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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맛, 참 좋~습니다.” 다도예절을 배우는 수서어린이 집 아이들이 공손한 태도로 차를 마시고 있다.

茶를 마시려면…
맛·향기·색깔을 모두 즐겨야

강남구 수서동의 한 어린이 집. 7살배기 아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차 예절을 배우고 있다. 한국차문화협회 천안지부 김경미(32) 사범이 얼마 전에 배운 공수자세를 한 번 더 설명했다.“여러분, 앉아있을 때 공수자세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하죠?” “무릎이요!”차를 마실 때는 두 손을 모아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는 것이 기본이다.이 때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해서 허리와 가슴을 펴고 올바르게 앉아야 한다.
 
김 교사가 다구를 꺼내왔다. 다구에 먼지가 묻지 않도록 덮어놓은 홍보(빨간 보자기)를 벗기자 여러 가지 다기(茶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은 어려운 다기 이름까지 빠삭하다. “물은 제일 처음 어디에 따라야 하죠?” “귀사발이요.” 보온병의 물은 너무 뜨거울 수 있어 먼저 귀사발에 부어잠시 식혀야 한다. 식힌 물은 다시 다관이라 불리는 찻주전자에 넣어 잔을 데우는 예열물로 사용한다.차를 따르기 전 잔을 미리 데우면 차를 오래도록 따뜻한 상태에서 마실수 있다. 예열물은 어른 잔에 제일 먼저 따르고 가장 나중에 버린다. 찻잔이 알맞게 데워지면 예열물은 퇴수기에 비운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차를 우려낼 순서. 김 교사는 티스푼으로 차호(차가담겨있는 통)에 있는 차를 1.5g씩 두번 떠서 다관에 넣었다. 다음에는 앞서 한 것 같이 보온병의 물을 귀사발에 부어 식힌 뒤 찻잎이 담겨있는 다관에 조심스럽게 부으면 된다. 물을 옮기거나 부을 때는 주전자나 사발에 반드시 다건(차를 닦을 때 쓰는 수건)을 받친다. 그래야 안전하고 보기에도 예쁘다.차가 우러나는 동안 김 교사는 아이들과 담소를 나눴다. 그는 “집에서매일 차를 우려내 마시면 자연스럽게 가족간 대화시간이 생긴다”며 “꼭 비싼 다기세트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표일배 같은 저렴한 기구를 이용해 다과시간을 가져보라”고 귀띔했다.
 
차가 우러나면 찻잔에 조심스럽게 따라야 하는데 세 번에 걸쳐 나누어 붓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잔이세 개라면 내가 마실 잔에 제일 먼저1/3을 따르고 그 다음 잔에 또 1/3을따른다.첫물은 떫을 수도 있으므로 자기잔에 따르는 것이 손님이나 어른을 대하는 예의다. 또 옥로(玉露)라고 불리는 가장 마지막 찻물방울은 어른의 잔에 떨어뜨려 웃어른에 대한 공경을표시한다. 녹차를 따른 잔은 차탁이라고 불리는 차 받침에 올려 손님에게 건네야 한다.차는 맛과 향, 색깔을 모두 즐겨야 한다. 차를 마실 때는 바른 자세로 차탁을 왼손에 올려놓고 찻잔만 오른손으로 가볍게 쥔다. 마시기 전에 손님과 목례를 나눈 후 차 색깔을 보고 한모금 마신다. 두 모금 째에는 맛을 음미하고 세 모금 째에 향을 맡는다. 조금 쓴맛이 느껴질텐데도 아이들은“차 맛이 좋습니다”라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박동연(52) 원장은 “일주일에 한 번다도를 가르치는데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매우 차분하고 공손해 진다”며“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모두 다도수업을 좋아한다”고 귀띔했다.4월 마지막 주말에 창경궁에서 열리는 전국 차예절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이예은(7)양은 “처음에는 다도가 어려웠지만 계속 하다 보니 재미도있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이번 대회에서 꼭 1등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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