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중 산업동향…모든 경기지표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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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경기지표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1월 들어 실업.생산.재고.투자.소비 등 주요 경기지표가 예외없이 모두 고꾸라진 것.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0월만 해도 통계청은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고 생산이 늘어나는 등 회복국면이 이어져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11월 들어 IMF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면서 경제가 한순간에 엉망이 된 것이다.

통계청도 "11월지표를 볼 때 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진입한 것이 틀림없다" 고 전망을 수정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12월엔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기는 'W' 자형 이중바닥의 두번째 바닥을 향해 치닫게 됐는데 두번째 바닥이 어디쯤에서 끝날지는 예측불허다.

'고물가 저성장' 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실업사태다.

11월 실업자가 한달새 12만2천명 늘어난 57만4천명. 하루에 약 4천명씩 증가한 셈이다.

통계청은 "남자는 건설.금융.운수업, 여자는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실업자가 많이 늘었다" 고 밝혔다.

남자는 부실금융기관의 대대적인 인원정리와 건설업체의 잇따른 부도로, 여자는 식당이나 가게 등에서 종업원을 줄이는 바람에 일자리를 많이 빼앗겼다.

고학력 취업난도 더욱 극심해져 대학졸업 예정자중 실업자가 5만5천명, 실업률은 9.3%에 달했다.

이중 남자실업률이 12.3%로 여자 (6.5%) 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문제는 대량실업 사태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연구소마다 전망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나면서 실업자가 대략 지금의 세배인 1백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1년간 실업자가 1백만명 이상 증가하는 셈으로, 내년에도 매일 3천명 이상씩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는 정리해고제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로 정리해고제가 조기 도입되면 실업자가 얼마나 증가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대학.고교 졸업생들이 대거 실업자 통계에 잡히는 내년 2월께 실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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