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중국과 수교…대만과는 단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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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은 30일 아프리카의 정치.경제 대국인 남아공 (南阿共) 과 국교를 수립함으로써 아프리카 외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만에 큰 타격을 주었다.

중국외교부는 29일 "첸치천 (錢其琛) 부총리겸 외교부장과 알프레드 언조 남아공 외무장관은 30일 중.남아공 수교에 따른 공동성명에 서명하며 내년 1월1일을 기해 주 (駐) 남아공 중국대사관과 주중 (駐中) 남아공대사관이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고 발표했다.

남아공은 중국측이 수교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그동안 국교관계를 맺어왔던 대만과 단교, 남아공내 대만 대사관 및 영사관을 이날짜로 모두 폐쇄 조치하며 민간차원의 경제.무역.문화분야의 교류만 유지하게 된다.

중국은 錢부총리겸 외교부장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남아공을 방문, 수교에 따른 공동성명.서명 및 대규모 경축행사에 참가하는 등 축제분위기를 만끽하는 한편으로 "중국외교의 승리" 를 대대적으로 자축하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남아공과 수교를 성사시키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여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말 남아공이 97년 이내 중국과 수교 및 대만과 국교단절을 선언한 이후 대만측 역공은 대단했다.

남아공에 대한 대규모 차관제공을 제의했는가 하면 남아공내 대만자산 전면 철수등으로 위협도 했고 심지어 대만 외교부장이 남아공을 찾아 넬슨 만델라 대통령 등 최고지도부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여 중국과의 수교를 저지하려 했다.

중국은 이같은 대만의 달러공세에 달러를 앞세워 대응했다.

지난달 스광성 (石廣生) 대외무역부 부부장이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남아공을 방문, 1억달러 이상의 투자협정에 서명했는가 하면 43개 중국기업으로 하여금 남아공 투자에 나서도록 했다.

대만측은 남아공내 대만기관들의 국호사용.국기게양.영사관유지 허용 등을 요구했으나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중국의 압박외교에 떠밀려 갈수록 국제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대만으로선 아프리카 외교의 교두보인 남아공을 중국에 빼앗겨 외교적으로 더욱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대만의 수교국인 세네갈.잠비아.스와질랜드.기니비소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남아공 수교를 계기로 벌써 동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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