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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종합검진 거품 많다… 한번에 최소 3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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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IMF 한파로 건강에 대한 투자도 소홀해지게 마련. 그러나 어려울수록 건강한 것이 불황을 이기는 지름길임을 감안한다면 질병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검진은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현행 종합검진방식에 거품이 많다는 것. 평균 80여개의 검진항목에 30만~40만원이 든다.

게다가 일부 병의원에선 발생 자체가 드물뿐 아니라 조기발견의 효과도 뚜렷이 검증되지 않은 난소암이나 뇌종양 검진을 위해 CT나 MRI같은 고가검사마저 시행하고 있다.

실제 종합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질환들은 비만이 가장 많고 고지혈증.지방간.위염의 순. 위암이나 간암등 이른바 중병 발견율은 1천건당 1례도 안된다는 것. 겁주기식 결과통보도 문제. 최근 종합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고 통보받은 김모씨 (56) 는 재검을 받으러 S대병원을 찾았으나 치료가 필요없는 석회결절로 최종진단을 받았다.

S병원 진단방사선과 K교수는 "종합검진 엑스선검사에서 유방암이나 폐결핵 의심을 통보받은 사람의 10명중 9명꼴로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고 말했다.

이는 검사기관의 실적위주 통보방식과 만일의 의료사고에 대비해 정상범주에 드는 피검자도 질환양성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실제로는 질병이 없는데도 검사상 있는 것으로 나오는 이른바 위 (僞) 양성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엔 피검자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한채 병리검사결과만 보고 판정을 내리는 현행검진방식의 구조적 모순도 한 몫 한다.

결국 통보결과를 못미더워하는 피검자가 확진을 위해 유명병원에서 같은 검사를 다시 받게 되는 의료낭비를 초래한다는 것. 한편 증상이 없는 질환자들의 질병조기발견이 목적인 건강검진의 속성상 어느정도 위양성은 필연적이며 약간이라도 이상소견이 있는 사람에게 안심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란 반론도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문영명교수는 "지방간의 경우 섭생에 주의하면 대부분 별다른 치료가 없어도 회복되지만 그렇다고 검진결과 지방간이 나온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할 순 없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강검진이 단지 수익증진을 위해 투망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이 불필요한 위양성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없다.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현행건강검진의 또 다른 문제는 질병이 있는데도 없다고 판정하는 위 (僞) 음성환자를 만들어내는것. 이경우 치료시기를 놓쳐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간기능검사 수치는 모두 정상이지만 간세포가 반흔 (瘢痕) 조직으로 대체되는 초기 간경변이나 검사결과는 정상이지만 환자는 괴로운 긴장성두통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좋은 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항목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대한가정의학회가 제정한 질병별 검진항목과 권고강도를 참고하면 좋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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