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지차체 현안들…지역주민 숙원해결 장기화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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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추진한 각종 지역 현안이 결실을 보지 못한 채 해를 넘겨 지역발전과 민원해결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나라경제의 어려움과 주민반대 등 갈등 때문에 빚어진 것도 적지 않으나 지자체가 충분한 사전 검토없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경우도 많다.

중요한 '미해결 현안' 들을 짚어보고 대책과 전망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 실태.원인.문제점 = 서울시는 3기 지하철 9호선 공사의 기본설계를 올해말 끝낼 예정이었으나 하남차량기지에 대한 주민과 하남시의 반대에 부닥쳐 내년으로 미뤄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장기화됐다.

또 상반기 착공예정이던 면목배수지 공사와 올 상반기 착공한 개봉지하차도는 수해 등을 우려한 주민 반대로 착공을 못하거나 공사를 중단했으며 은평권역에 조성예정이던 버스공영 차고지는 그린벨트 허가가 지연돼 올 상반기 착공계획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경기도는 경기순환철도 기본계획 수립비 15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타당성조사 보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당했다.

올해 착공키로 했던 수원여객터미널.안양터미널.일산여객터미널은 각각 시공.운영업체 부도, 소음공해를 우려한 주민들의 집단민원과 사업자의 부지대금 미납부로 진척이 없다.

인천시는 인천지하철1호선 공사를 진행중이나 공사장 주변의 집단민원으로 공사가 수시 중단되는 등 진척이 매우 더디다.

현재 공정은 73% 정도로 올해말 목표 (82%)에 크게 못미친다.

부산~김해간 경전철 (24.5㎞, 사업비 8천4백여억원) 사업은 95년 민간자본 유치공고이후 민간참여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국비지원이 없고 외국업체와의 기술제휴, 차량 국내제작 등 제한조건으로 업체들이 참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부산과 김해시 경계지점의 금병산 35만평에 유치하려던 경마장 (관람석 4만석) 건설은 문화체육부가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용 골프장 (기장군.27홀 규모) 과 승마장 (김해 범방지역) 의 경우 정부 승인을 얻지못해 건설부지 선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선수촌 등을 지을 부산시부산진구연지동 미군 하얄리아부대 이전문제는 美측의 건설공사 시공계약권 요구로 합의각서도 체결되지 못했다.

경남도가 95년부터 민간자본 6천억원을 유치해 함양.산청군 3백여만평에 다곡스키장.대하온천관광단지 등 '서부경남관광단지' 를 조성하려는 계획도 업체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때문에 함양군 서하.시천면 일대는 부동산 가격만 최근 3~4배나 껑충 뛰었다.

울산시울주군온산읍화산리 쓰레기매립장 확장사업 (사업비 1백17억원) 은 96년11월 착공됐으나 주민 반대로 공사가 중단됐다.

또 대구시와 수출업체들이 대구시북구검단동 종합유통단지안에 지으려던 무역회관 (사업비 1천8백50억원) 은 올해말께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업체들이 공사비를 대지 못해 착공이 무기연기됐다.

경북은 지난 4월 '경북도청이전특별위원회' 를 구성했으나 의회가 후보지 결정을 집행부로 넘기기로 해 이 문제도 표류중이다.

광주시는 평동외국인기업전용단지 (국가공단) 의 분양용지를 값싼 임대용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1백80억원을 요청했으나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임대용지로 바뀌지 않은 분양용지는 6만3천평. 또 전남도청 이전사업은 93년 착수됐으나 허경만 (許京萬) 전남지사의 광주시.전남도 통합 주장으로 추진이 중단됐다.

86년부터 제기된 여천석유화학산업단지 주변마을 이주사업도 이주대상과 시기, 재원부담주체를 결정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여천시는 평여.월하.중흥.주삼동 등 10개동 4천명의 주민을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총리실이 주관한 정밀조사에서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여천시는 이달초 내무부로부터 이주 관련 기본.실시계획 용역비 5억원을 지원받아 내년 3월부터 용역을 실시키로 했다.

전북도 지난 1월부터 2001년을 목표로 도청사 이전 사업 (사업비 1천4백5억원) 을 추진했으나 이전예정지 부근 ㈜대한방직의 반대와 시의회의 승인유보 등으로 해를 넘긴다.

이때문에 대한방직 주변 땅값이 평당 1백여만원에서 2백여만원으로 크게 올라 부동산투기만 부추겼으며 설계비 60억원 등 모두 70억여원의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강원도 강릉시는 강동면정동진리 일대를 광역쓰레기 매립장 부지로 선정했으나 주민 반대로 지난해 4월 이를 백지화했다가 최근 주민 동의를 얻었다.

충남은 서천군장항읍과 마서면 일대 바다 2천7백30만평을 메워 2001년까지 만들려던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사업비 6조원) 의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공단의 축소를, 해양수산부.토지공사는 기존 계획을 각각 주장하기 때문. 충북도는 북부권 개발 핵심사업으로 95년부터 충주시에 4천여억원을 들여 충주과학산업단지 (2백만평) 를 조성, 98년 입주할 계획이었으나 여태까지 민자유치를 못하고 있다.

또 충북 보은군은 지난해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돼 실버타운 조성 등 3개 분야 17개 사업 (사업비 2천7백87억원) 을 추진하려 했으나 역시 민자유치에 실패, 사실상 무기연기된 상태다.

◇ 전망.대책 = 민간자본 유치가 필요한 부산~김해간 경전철, 서부경남관광단지, 대구무역회관등 큰 돈이 드는 사업은 IMF체제하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성사 전망이 불투명해 어떤 식으로든 계획을 조정하거나 포기해야 할 판이다.

㈜대구종합무역센터 관계자는 "불황으로 자금조달이 불투명하다" 며 "만약 회관을 지을 경우 사무실 분양이나 될지 내년에 타당성조사를 해 볼 계획" 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간 등의 이견으로 진척되지 못한 서울 3기 지하철 9호선공사와 부산경마장, 부산아시안게임용 골프장.승마장, 장항국가산업단지, 경북.전남도청 이전, 여천석유화학산업단지 등 사업은 이해조정이 뒤따라야만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의 집단민원을 빚은 사업중 강릉 광역쓰레기 매립장을 제외한 터미널.지하차도.배수지 등 공사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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