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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구조조정 돌파구, 매각·합작 파트너 국외로 눈돌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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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국자본이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생존전략 차원에서 계열사 및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합작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이같은 구조조정작업이 거의 대부분 외국자본과 선을 댄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기업간에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은 쌍용자동차를 대우그룹이 인수한 게 거의 유일하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탈출구를 주로 외국자본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바빠 자금여력이 없고 ▶주가폭락에다 매물이 폭주해 기업 및 부동산값이 크게 떨어진 반면 ▶달러값이 두배 가까이 오르면서 외국기업들의 가격부담이 줄었으며 ▶정부가 인수.합병 (M&A)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거의 모든 구조조정작업에 외국자본의 힘을 빌리고 있다.

한화바스프우레탄을 독일 바스프사에 매각한 것을 비롯, 주력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이 바스프사와 합작을, 한화에너지 (정유.주유소.발전)가 외국 석유메이저인 S사와 매각 또는 합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한화유통.한화개발 (호텔사업) 이 홍콩 또는 싱가포르 업체와 합작하거나 한화유통의 잠실본점과 한화개발의 서울마포 호텔부지 등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화그룹 문화실 이경재 (李炅在) 상무는 “국내기업들은 '내 코가 석자' 여서 원매자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동양그룹도 홍콩의 S호텔과 서울마포 호텔사업 합작협상을 벌이고 있다.

두산그룹은 한국3M.코닥.네슬레 지분을 3M 등 본사에, OB맥주의 음료사업 (코카콜라 보틀링) 을 코카콜라 본사에 매각했다.

이 그룹 기조실 김철중 (金哲中) 상무는 “국내 기업들이 과도한 차입금에다 금리가 20%대에 육박하고 있어 사업을 벌일 수가 있겠느냐” 면서 “이제는 외국자본에 대한 막연한 기피정서를 없애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쌍용그룹도 쌍용제지를 외국의 4개 제지메이커와 협상끝에 최근 미국 P&G사에 매각했다.

쌍용은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일본계를 비롯한 외국기업과 용평리조트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계열사뿐만 아니라 설비도 외국에 팔고 있다.

한진해운은 노후선박 17척을, 대한해운은 벌크선 한척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비행기 9대와 5대를 외국에 팔았다.

한보철강은 당진공장의 코렉스설비를 외국업체에 파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기아자동차 등은 외국업체와 제휴를 모색하고 있고 쌍방울개발은 세계적인 팝가수인 마이클 잭슨과 무주리조트 지분참여 협상을 진행중이다.

시중은행도 외국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경제연구소 재무전략팀 문성희 (文成熙)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시설투자를 상품개발로 연결시킬 기술.마케팅 능력이 없는 반면 외국기업들은 가능하다” 면서 “이같은 추세는 내년에 더 가속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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